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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라에는 홍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세입자가 모두 13명이나 된다. 2013년 지어졌지만 분양이 되지 않아 건물주가 모두 전세를 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물주가 제2금융권에 빌린 자금을 갚지 못하면서 빌라는 경매로 넘어갔고, 세입자들은 보증금 일부를 떼일 처지에 놓였다.
다세대·연립주택 등 신축 빌라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가 전세난의 대체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우후죽순으로 공급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다세대·연립주택의 준공(입주) 물량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치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여 미분양 확대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쌓이는 신축 빌라…분양가 밑으로 시세 떨어져
신축 빌라시장은 3~4년간 최대 성수기를 누렸다.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발길을 돌리는 실수요자들을 겨냥해 신축이 잇따랐다. 특히 뉴타운 등 개발계획이 취소된 지역을 중심으로 빌라 건축이 빠르게 증가했다. 실제로 집계가 시작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전국에 신축한 빌라는 16만 8223가구에 불과하다. 반면 2011년부터 올 10월까지 약 6년간 새로 지은 빌라는 59만 1944가구로 352% 증가했다.
그런데 최근 3~4개월 사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아파트 전셋값이 안정세를 찾고 있는데다 준공하는 신축 빌라가 늘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빌라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급 물량이 많은 서울 은평·강서·중랑구 등에서는 구별로 100~120가구씩 신축 빌라 매물이 나와 있다. 강서구 방화2동 한 공인중개사는 “6개월 전만 해도 신축 빌라는 1~2개월 안에 대부분 팔렸는데 요즘은 찾는 사람이 확 줄었다”며 “건물주들도 보통 6개월 지나면 분양가를 내려 올 상반기 2억 3000만원 선이던 방 두 개짜리 빌라가 지금은 1억 8000만~9000만원대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임차할 땐 ‘깡통전세’ 여부, 구매할 땐 ‘환금성’ 따져야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신축 빌라를 임차할 경우 ‘깡통전세’(주택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에 육박해 전세금을 떼일 가능성이 큰 주택)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서 사례로 든 남양주 빌라도 결국 미분양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경매로 넘어간 것이다. 홍씨 등 세입자들은 저렴하다는 이유로 깡통전세를 감수했다가 전세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깡통전세를 피하려면 계약 전 전세물건의 대출 여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하고, 임대차 계약 이후 입주와 동시에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축 빌라를 구매할 때는 환금성(집을 팔아 현금화할 수 있는 정도)이 어느 정도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건물주의 이전 빌라 분양 실적도 파악해야 한다. 김민기 라인컴퍼니(빌라상담센터) 대표는 “당장은 몇 천만원이 더 들더라도 나중에 팔아야 할 상황을 대비해 교통 등 입지가 좋은 곳을 골라야 한다.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건축주가 이전에 어떤 건물을 지었는지, 당시 날림공사 등 하자 문제는 없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