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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간 내홍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취소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에 이주비 문제가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 일정이 확 틀어지면서 ‘이주비 없는 이사’를 해야 할 상황에 놓인 집주인들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당초 조합 측이 이주 개시 시점으로 정했던 오는 10월 이후에는 꼬인 이사 일정으로 단지 내 ‘불 꺼진 빈집’이 수백 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이주 취소에 따른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 예정인 주민 ‘좌불안석’…계약금 포기자 나올 수도
반포 주공 1단지는 기존 5층 이하 2120가구에서 재건축 사업 완료 후 최고 35층, 5388가구(예상치)로 탈바꿈한다.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반포동 내 노른자 입지인데다 저층에 일반분양분이 많아 사업성도 좋은 편이다. 당초 올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이주를 마치고, 내년 10월 착공할 예정이었지만 분양신청을 둘러싼 조합원 간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지며 사업이 멈춰섰다.
문제는 이사 계획을 미리 세웠던 주민들이다. 이미 조합 측이 지난 6월 총회에서 ‘10월 이주’를 못 박은 터라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해지한 상당수 집이 비어있는 상태다. 직접 거주하는 집주인들도 이주비(감정가 대비 40%)를 감안해 주변 단지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있다. 서둘러 이주계획을 준비해온 조합원이 많아 10월이 되면 빈 집이 전체 가구(2212가구)의 10% 이상은 될 것으로 주변 중개업소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주 문제가 당장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지만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주민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조합 측에서는 법원의 관리처분인가 취소 결정으로 전체 조합원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해당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을 조합원에서 제명하는 총회를 열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사업이 장기화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관리처분인가 취소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게 되면 가구당 부담금이 최소 10억원은 될 것”이라며 “제명 총회를 열어 그들 스스로 소송을 취하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LH 소송 등 ‘산넘어 산’… 이주비 지급도 확정 못해
당장 관리처분인가 관련한 소송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주비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서다. 일부 조합원들은 ‘무상 이자 이주비 5억원+건설사 보증 추가 대출 20%(종전감정평가액 대비)’를 주장하고 있지만, 조합 측은 주택 감정가의 40%를 주장하고 있다. 대출을 실행할 은행권도 LH와 땅 다툼 등 각종 소송 리스크에 대출 여부를 최종 확정하지 못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포주공1단지 한 주민은 “2017년 당시 관리처분 인가 신청시 1+1을 신청한 조합원은 1296명에서 올 1월 기준 1151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조합원(2293명)의 절반에 달한다”며 “만약 이주가 가능해지더라도 현대건설 측이 약속했던 대로 무상 대여 이사비 5억원과 추가 이주비 20%를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지는 LH와 단지 내 한복판에 있는 땅(대지면적 2만687㎡)을 두고 소유권 반환 이전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땅의 감정가는 2017년 감정가 기준 7800억원에 달한다. 또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을 상대로 시공사선정총회 결의 무효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대출을 실행할 은행 측도 이주비를 지급할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반포동 인근 A은행 대출담당 관계자는 “소송으로 이주가 전격 취소되기 이전인 7~8월께 조합 측 집행부와 이주비 대출 관련 협의는 진행했지만 당시에도 실행여부는 최종 확정하지 못했다”며 “이주가 다시 가능해진다고 해도 추가 소송 등 리스크를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