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에 진심인 '벤처 맏형' 이재웅 전 쏘카 대표[오너의 취향]

골프·테니스 아닌 반려견 '솔잎이'와 산책 즐겨
예비안내견 위탁돌봄 자원봉사 이후 직접 입양
안내견 출입거부 사태시 "배려심 갈길 멀다" 일갈
  • 등록 2022-08-18 오전 6:30:00

    수정 2022-08-18 오전 6:30: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정보통신기술(IT) 업계에서 유명한 애견인이다. 혁신가를 자처하며 정부와 충돌을 피하지 않을 정도로 직설적인 면모를 보이는 그이지만 반려견 앞에선 한없이 부드럽다.

반려견 사진을 올린 이재웅 전 쏘카 대표 페이스북.
이 전 대표가 가장 즐겨 하는 운동은 바로 ‘반려견과의 산책’이다. 통상 기업인들이 좋아하는 골프나 테니스 등은 즐기지 않는다. 그의 반려견 사랑은 각별하다. 이 전 대표와 인연이 있는 한 IT 업계 인사는 “평소 진지한 이 전 대표가 반려견 얘기를 할 때만큼은 항상 표정이 해맑다”고 설명했다.

2008년 다음을 떠난 후 조용히 지내던 그가 다시 세상에 목소리를 낸 것도 반려견과 관련이 있다. 이 전 대표는 안내견학교에서 태어난 리트리버 7남매의 성장기를 담은 2012년 출간 에세이집 ‘나는 안내견 공부 중입니다’에 직접 추천평을 쓰기도 했다.

안내견 성장 에세이에 추천사 쓰기도

그는 단순히 추천사를 넘어 책에 소개됐던 안내견 7마리 중 ‘빛나’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직접 1년간 돌보기도 했다. 안내견의 경우 생후 7주부터 1년 동안 실내생활 적응 훈련을 위해 일반 가정에 위탁해 돌봄을 받게 된다. 이 전 대표는 예비 안내견을 집에서 돌봐주는 자원봉사자인 퍼피워커로서 활동을 했다.

이 전 대표는 추천사에서 훈련소로 돌아가는 빛나에 대해 “우리 품에서 꼬물거리던 빛나가 이제 사람을 위해 일을 한답니다. 너무나 대견하고 자랑스럽지만, 때로는 보고 싶어 눈물도 납니다. 빛나야, 고마워. 우리에게 와줘서. 우리에게 그랬듯 세상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렴.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랑받는 것이 무엇인지”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2014년부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반려견 ‘솔잎이’ 사진을 수시로 올리기 시작했다. 솦잎이는 빛나와 같은 종인 래브라도 리트리버로서 안내견 훈련에 적응하지 못한 후 입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 주도로 설립된 임팩트 투자 전문 벤처캐피탈 ‘옐로우독’의 사명도 솔잎이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돌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2018~2019년 ‘타다’ 이슈로 택시업계 등과 갈등을 겪던 와중에도 종종 반려견 사진을 올렸다. 별다른 운동을 즐기지 않는 이 전 대표는 당시에도 솔잎이와의 산책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사회 안내견, 예비 안내견, 장애인 배려 필요”

타다금지법 통과 이후 쏘카 대표에서 물러난 이 전 대표는 2020년 11월 롯데마트가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을 거부해 논란이 될 당시 절절한 글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이 안내견과 함께 등원하는 시대가 됐는데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장애인이나 안내견에 대한 배려심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며 “우리 사회 배려심 수준인가 싶어 더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의 아내 황현정 전 아나운서가 반려견과 산책하는 모습. (사진=채널A 방송화면 갈무리)
이어 “퍼피워킹 자원봉사를 했던 예비 안내견 빛나는 안내견에 합격하고 활동하다 은퇴를 하고 다른 가정에 입양돼 살고 있다. 그래서 이번 예비 안내견 소동을 보면서 더 감정이입을 하게 됐다”며 “퍼피워킹을 통해 배운 것은 강아지 사회화가 힘든 것이 아니고 우리 주변 사람들을 사회화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에게 피해가 가지도 않고 피해가 있더라도 접근권이 제한돼 있는 장애인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받아들여 주고 배려해줘야 한다. 하지만 얼굴을 찡그리며 쫓아내고 면박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법적으로 허용돼 있다고 설명해도 선입견을 갖고 들으려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내견, 예비 안내견,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에 대해 배려했으면 좋겠다. 불편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편하게 이동하고 생활할 수 있고 교통 약자가 오히려 교통 강자가 되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며 “사회혁신 기업가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사회 전체도 이웃에 대한 배려심을 갖고 따뜻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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