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요즘 편의점 삼각김밥도 1000원이 넘는데 학식 1000원이면 (가격이) 착한 거죠.”
| 고려대 학생들이 20일 오전 학생식당에서 ‘천원의 아침밥’ 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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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경영학과 21학번 이모(21)씨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이같이 말했다. 고려대 학생식당에는 오전 7시 50분부터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면 바지를 입고 나온 학생부터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높은 아침밥을 챙겨먹으러 나온 듯 잠이 덜깬 얼굴로 나타난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섰다.
20일 대학가에 따르면 현재 전국 40여곳의 대학이 학생들에게 ‘천원의 아침밥’ 을 제공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주관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2017년부터 정부와 학교가 아침 식대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학가에 확산됐다. 예컨대 식대가 4000원이라면 정부가 1500원, 학교가 1500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1000원은 학생들이 내는 방식이다. 올해 사업에는 서울대·고려대·경희대·서울시립대 등 전국 41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 고려대 학생들이 20일 오전 학생식당에서 ‘천원의 아침밥’을 위해 자율배식을 하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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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짜리 아침밥 행복한 학생들
고려대 학생식당은 이날부터 천원의 아침밤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오전 이른 시간부터 학생들로 자리가 만석이 된 이유다. 배식이 시작되는 오전 8시가 되자 기숙생부터 자취생, 밤샘 공부를 끝낸 학생, 1교시 수강을 위해 이른 아침 등교한 학생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날 아침식사 메뉴는 쌀밥과 돼지불고기, 계란국, 도토리묵, 콩나물무침, 배추 등이다. 천원의 아침밥은 자율 배식인데다 식당 한편에는 계란프라이·샐러드·토스트·음료수 등을 가져와 먹는 셀프바까지 마련돼 있어 누구에게나 든든한 식사가 가능하다.
최근의 고물가에 식사 한끼도 걱정인 학생들은 10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아침식사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고려대 경영학과 21학번 김수아(21)씨는 “오늘 1교시라서 1000원짜리 아침밥을 먹으러 왔다”며 “고물가 시대에 식비가 부담이 되는데 싼값에 양질의 식사를 즐길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경영학과 19학번 심현우(23)씨는 “자취를 하다 보니 식비 부담이 큰데 한 끼를 싼값에 해결할 수 있어서 수업이 없는데도 학교에 왔다”며 “자율배식이라 많이 먹을 수 있고 맛도 있어서 자주 올 예정”이라고 했다.
배식 시작 1시간이 지났지만 학생들의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기 중인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한국사학과 21학번 김지오(21)씨는 “요즘 밖에서 밥을 먹으면 1만원은 기본인데 1000원에 식사가 가능하다면 금전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며 “더욱이 요즘은 저렴한 메뉴를 반복해 먹고 있는데 학식은 매일 메뉴가 바뀌니 질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려대 학생식당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총 245명의 학생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했다.
| 김동원 고려대 총장이 20일 오전 학생들과 함께 ‘천원의 아침밥’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고려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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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의 학식, 확대 운영돼야”이날 ‘천원의 아침밥’ 첫날을 기념해 김동원 고려대 총장과 보직교수들이 학생식당을 방문, 학생들과 함께 식사했다. 김 총장은 “고물가에 아침 먹기도 부담스러운 학생들을 위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현재 300인분으로 제한된 식수 인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식수 인원 제한을 풀어 최대한 많은 학생이 부담없는 식비로 아침 한끼를 해결하도록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단체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모든 대학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정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집행위원장은 “고물가 시대에 학생들에게 가장 부담되는 게 식비”라며 “정부가 별도의 재정을 마련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전국 대학으로 확대 운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대넷은 식비 등 대학생들의 생활비 부담 경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오는 23일께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