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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서울 마포에 위치한, 1000세대에 육박하는 대단지 A 아파트. 요즘 이 아파트의 30평대 매도 호가는 9억원 중후반대에 나온다. 이는 불과 2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2016년 이맘때만 해도 매매가는 5억원 초중반대였다.
시계를 2년 전으로 돌릴 것도 없다. 겨우 두 달 전 거래가가 8억원이 채 안 됐다. 상승률을 따지는 게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의 ‘미친 집값’이다.
그러나 A 아파트의 전세 가격 기류는 완전히 다르다. 최근 30평대 전세가 4억원 중반대에 나오는데, 이는 2년 전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약간 떨어진 정도다. 2년째 전세를 살고 있는 40대 후반의 B씨는 “매매값과 전셋값이 의아할 정도로 너무 따로 노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요즘 이례적인 부동산 광풍(狂風) 와중에도 공식적으로는 저물가 시대인 것은 이런 현실과 관련이 있다.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간 괴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가 상승률 , 석달째 전체 상승률 밑돌아
그 대신 전·월셋값 상승은 소비자 서비스의 하나인 주거비로 집계돼 포함된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중반대에 그치는, 다시 말해 한국은행 통화정책 목표치(2.0%)에 한참 못 미치는 것도 전월세 둔화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소비자물가지수 중 전세 부문 상승률은 올해 4월 이후 1.7%→1.6%→1.4%→1.3%→1.2%로 하락세다. 2009년 12월(1.2%)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중반만 해도 3%대였다. 특히 전세가 상승률은 지난 6월부터 석달째 전체 물가 상승률을 밑돌고 있다. 2011년 3월 이후 거의 7년반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전셋값이 둔화하고 있는 영향”이라고 했다. 월셋값 내림세도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이후 마이너스(-)로 전환해 그 폭을 점점 키우고 있다.
전월세값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도 높다. 전세와 월세의 가중치가 각각 49.6, 43.6이다. 두 품목의 비중이 각각 1위와 2위다. 전체 1000에 대한 비중인데, 이는 둘의 가격 변동이 전체 소비재에서 10% 가까운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미친’ 부동산 시장 탓에 공식 물가가 뒤틀려질 가능성이다. “정권의 명운이 달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동산 문제로 사회 전체가 호들갑이지만, 정작 지표 물가는 이를 ‘딴세상 얘기’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 1년반새 최고치 상승
지난달 물가수준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도 기준값(100)을 훌쩍 넘는 143을 나타냈다. 주택가격전망 CSI(98→109)가 한 달 새 11포인트 급등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예상이 어려운 부동산 시장 탓에 ‘물가 착시’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값 안정화 전까지는 체감 물가와 지표 물가간 괴리도 사그라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용어설명> 소비자물가지수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로 중요한 거시 통계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소위 말하는 ‘물가 상승률’이다. 통계청이 이를 매달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