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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질문: 예술의전당 근처 맛집 좀 알려줘 그래서 직원들이 직접 나섰습니다!’
국내 대표 공공 예술기관 중 하나인 예술의전당 유튜브 채널에 최근 올라온 영상 제목이다. 예술의전당 홍보부 직원들이 직접 예술의전당 인근 맛집을 찾아다니며 찍은 영상으로 공연계에서 화제가 됐다. 높은 관심에 힘입어 속편 격으로 예술의전당 인근 유명 카페를 찾는 영상도 함께 올라왔다.
이들 영상이 화제가 된 이유가 있다. 그동안 유튜브에는 공연 홍보 영상 정도만을 올리던 공공기관에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이색 영상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국내 대표 공공 예술기관인 세종문화회관도 자체적으로 영상 편집 인력을 충원하고 본격적인 유튜브 활용에 나섰다. 이들의 행보가 공연계에 가져올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예술의전당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것은 7년 전부터다. 주로 클래식 콘서트 연주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정도로만 이용해왔다. 이번에 올라온 영상은 지난 8월 새롭게 개설한 채널을 통해서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관심을 불러일으킬 콘텐츠를 확보하고자 공식 채널을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채널에는 예술의전당 공연과 전시를 소개하는 영상은 물론 ‘브이로그’ 같은 ‘스낵 영상’도 함께 올라오고 있다. ‘예술의전당 신입사원은 무슨 일을 할까’ ‘오페라하우스에 귀신이? 예술의전당 무대감독들이 풀어주는 오페라하우스 백스테이지 썰’ 등 흥미를 당기는 영상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처음에는 직원들이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영상에 대한 반응이 좋다 보니 서로 자신들이 속한 부서, 예술단이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에서 앞장서서 ‘직장인 브이로그’를 촬영하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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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이 유튜브에 힘을 쏟는 이유는 국내 대표 문화예술 시설임에도 대외적으로 강하게 각인된 ‘딱딱하다’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다. 공공기관 특유의 경직성을 버리고 대중에게 먼저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이 공연과 전시 등 문화예술 향유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유튜브는 물론이고 최근 10~20대 사이에서 유행 중인 영상 플랫폼 틱톡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유튜브 등 SNS를 통해 정보를 검색하는 요즘 추세에 맞춰 관련 플랫폼을 통한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기관의 행보는 다른 공공예술 기관에도 자극이 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홍보는 정제돼 있거나 관료적이어서 딱딱한 느낌이 강한데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의 최근 영상들은 이런 틀을 깬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라며 “유튜브가 공연계에서 획기적인 소통 채널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현민 음악평론가는 “요즘 관객들은 공연 작품이나 예술가에 대해 보다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알고 싶어한다”며 “공공기관에서 올리는 비하인드 스토리 성격의 영상이 결과적으로는 공연이 낯선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기능을 할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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