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애플-통신사' 갑을' 따지는 대신 1000억원 상생안 끌어냈다

공정위, 애플코리아 동의의결안 확정
과징금 대신 피해자·소비자 혜택으로
400억원 규모 R&D센터..중기 생태계 구축
  • 등록 2021-02-04 오전 12:00:00

    수정 2021-02-04 오전 8:09:3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애플과 통신사 중 누가 갑(甲)인가.

애플이 통신사들을 상대로 광고비와 수리비용 일부를 떠넘긴 혐의로 시작된 공정위 조사는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유는 이렇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는 휴대전화와 통신서비스를 묶어 판매한다. 통신사는 이동통신서비스 품질을 앞세워 고객을 유치하지만, 휴대전화 성능도 통화품질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휴대폰 제조업체는 자사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해서는 통신사와 손잡은 공동 마케팅이 최선이다.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을 통신사와 적정하게 나눠야 휴대폰을 많이 팔 수 있다.

삼성과 LG와 다르게 애플은 상대적으로 통신사에 ‘갑’으로 인식됐다. 스마트폰의 아이콘인 ‘아이폰’ 덕분이다. 아이폰을 유치해야 가입자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에 통신사는 경쟁적으로 애플과 굴욕적인 계약을 맺었다. 애플은 구매보조금을 거의 지급하지 않았다. 아이폰 브랜드 가치를 유지한다는 명분 아래 애플과 통신사가 갹출해 공동 광고기금을 만든 뒤, 이를 마음껏 활용해 애플 제품 광고를 했다. 하지만 통신사도 애플 덕분에 가입자도 늘린 효과를 봤다. 갑과 을로 딱 잘라 구분하기 어려운 이유다.

◇아이폰 사용자 수리·보험비 10% 할인 혜택


공정위가 3일 애플코리아가 제시한 동의의결(자진시정안)을 수용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정위 입장에서 애플이 마냥 ‘갑질’을 했다고 과징금이나 검찰 고발 등 강수를 꺼내 들어도, 향후 소송에서 질 리스크가 컸다.

하지만 동의의결을 수용하면 과징금 수준의 상생지원안을 끌어낼 수 있다. 과징금은 국고에 귀속되지만, 상생지원금은 피해자를 직접 구제하고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애플 역시 소송을 3~4년 끌다 보면 소송비용만 커지고, 사업리스크가 확대되는 우려가 컸다. 결국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며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다.

애플은 우선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위한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안을 제시했다. 처음 애플이 제시한 상생기금 규모는 500억원이었다. 하지만 공정위와 협의과정에서 애플은 지원금을 1000억원으로 상향했다. 의견 수렴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간 통신사가 냈던 광고기금 규모를 고려하면 상생기금을 2000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동의의결 제도상 상생지원금은 공정위가 부과하는 예상 과징금(600억~1000억 추정) 규모와 비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금액은 △유상수리 비용 및 보험비(애플캐어 플러스) 할인(250억원)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 설립(400억원) △공교육 분야 디지털 교육 지원(100억원) △개발자(디벨로퍼) 아카데미를 통한 미래 인재 양성(250억원) 등에 쓰인다.

기존·신규 아이폰 사용자는 디스플레이, 배터리, 기기 전체 수리 등 유상수리 비용 10% 할인혜택을 받는다. 보험상품인 애플캐어 플러스(AppleCare+)에도 10% 할인을 적용한다.

애플캐어 플러스나 애플캐어를 이미 구매한 아이폰 사용자가 요청하면 구매 금액의 10%를 환급해준다. 평균 아이폰 유상수리 비용과 애플캐어 플러스 구입비용이 각각 20만원, 3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소비자에게는 2만~3만원 가량 혜택이 돌아갈 전망이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피해자는 사실 통신사이지만, 통신서비스를 쓰는 소비자에게 보다 혜택이 돌아가도록 동의의결안을 조율했다”면서 “애플이 할인비용만큼 부품가격을 올릴 우려도 있기 때문에 이행과정에서 엄밀하게 감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400억원 규모 애플 R&D센터..中企와 생태계 구축

애플은 또 400억원을 들여 국내 중소기업의 스마트 제조업 역량 강화를 위한 R&D(연구개발) 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최소 3년)하고, 중소기업이 스마트 공정 최신 장비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과 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의 R&D센터 설립은 최근 정부가 외국인직접투자(FDI) 차원에서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분야다. 지난 2018년초 정부는 유동성이 부족해진 한국GM에 ‘혈세’를 투입하는 대신 R&D센터 구축하도록 유도했다. 글로벌기업이 국내에 R&D센터를 세우면 국내 중소기업과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고,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애플은 디지털 교육 (100억원)사업으로 혁신학교·특수학교·다문화가정 아동 등 교육 사각지대 학생들과 공공시설(도서관·과학관 등)에 디지털 기기와 콘텐츠를 지원하기로 했다. 제공된 기기 파손을 대비해 애플캐어 플러스 보험상품도 2년간 무상제공 된다. 아울러 통산사와 ‘갑질 계약’도 시정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애플의 자발적인 시정을 통해 통신사 공정하게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중소기업, 소비자 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애플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동의의결 최종 승인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며, 앞으로 기존 투자를 확대하고 가속화하는 한편, 새로운 투자를 통해 국내 공급 및 제조업체, 중소기업과 창업자 및 교육 부문에 더 크게 기여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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