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들 성지된 편의점…빵·캔디에 삼각김밥까지 '품귀'

포켓몬빵 '대박' 이어 메이플빵도 초반 흥행조짐
애니 캐릭터 오뚝이·키링 수집에 '토이캔디' 열풍
트로트 팬덤 앞세운 삼각김밥 역대급 판매고 기록도
"MZ세대 관통한 덕후 경제, 편의점 마케팅 통해"
  • 등록 2022-07-02 오전 9:00:00

    수정 2022-07-02 오전 9:00:00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편의점이 이른바 ‘덕후’들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덕후란 일본어 ‘오타구’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로 ‘특정한 대상이나 취미에 열중하는 사람’을 뜻한다. 최근 편의점 업계가 연예인, 애니메이션, 게임 등 콘텐츠를 결합한 차별화 상품들을 속속 선보이며 이들의 지갑을 여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시내 GS25 편의점에서 직원이 메이플빵 품절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사진=뉴시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말부터 편의점 업계 불어닥친 ‘포켓몬빵 대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SPC삼립이 지난 2월 24일 출시한 포켓몬빵은 하루 평균 30만봉 이상을 팔아치우며 4000만봉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린 가운데, 현재까지 전국 각 편의점엔 ‘오픈런’은 물론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인기 애니메이션이자 게임 캐릭터로도 유명한 포켓몬의 덕후들이 포켓몬빵 내 띠부띠부씰 수집에 광적인 열기를 보인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편의점을 찾는 이들은 포켓몬 덕후들 뿐만이 아니다.

편의점 GS25는 지난달 17일 넥슨의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와 손잡고 띠부띠부씰과 유사한 스티커가 담긴 ‘메이플스토리빵’을 선보였다. 출시 당일 초도물량 10만봉을 비롯해 이날 현재까지 매일 전국 GS25 가맹점포에 제한 발주되고 있는 5만봉이 완판 행진을 이어가며 판매량 80만봉을 기록 중이다. 메이플스토리 게임 덕후들을 제대로 저격한 셈이다.

포켓몬빵이나 메이플빵이 대놓고 대박을 터뜨린 이면에서 조용히 편의점을 찾아 ‘갠소(개인 소장)’ 욕구를 채우는 이들도 있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 5월 인기 애니메이션들의 캐릭터들을 ‘키링’, ‘오뚝이’로 담아 사탕 또는 젤리와 함께 판매하는 ‘토이캔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28.4% 껑충 뛴 것으로 집계됐다. ‘치링치링 시크릿공주 쥬쥬’, ‘브랜드 이발소’ ‘뽀롱뽀롱 뽀로로’ 등과 콜래보레이션한 제품들로, 같은 기간 일반 캔디 매출이 15.9% 증가한 것에 비하면 가히 열풍이라 할 만 하다. CU는 이같은 토이캔디의 열기를 고려, 지난달 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팬덤을 보유한 만화 ‘원피스’의 캐릭터를 담은 ‘원피스 오뚝이 달콤캔디’를 출시하며 ‘어른이’ 덕후들을 공략하고 나섰다.

GS25와 세븐일레븐은 인기 애니메이션 짱구와 콜래보레이션한 일명 ‘짱구 키링’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 5월 출시 직후 두 편의점 모두 준비한 물량이 빠르게 소진돼 같은 달 발주가 조기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고, 고객들의 지속적 요청에 서둘러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선 결과 이달 초께 재발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CU 편의점에서 한 소비자가 ‘토이캔디’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CU)
덕후들의 영역은 비단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게임에 그치지 않고 있다. GS25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인 ‘신상출시 편스토랑’에 출연 중인 가수 이찬원 씨가 경연 메뉴로 선보여 우승한 ‘진또배기맵싹갈비삼각김밥’을 지난달 21일 출시했는데, 단 4일만에 전국에서 50만개가 팔려 나갔다. 이는 삼각김밥 단일 품목으로는 최단 시간 판매 기록이다. 맛도 맛이지만, 이 씨의 강력한 팬덤이 경제적 효과를 발휘하는 이른바 ‘팬덤 경제’를 구현한 결과로 풀이된다. 해당 삼각김밥은 현재 판매량 200만개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혼자만의 취미를 즐기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이른바 ‘오타쿠노믹스’가 새삼 주목을 받는 가운데, SNS상에서 차별화된 경험을 공유하려는 MZ세대들의 특성이 더해진 결과로 보고 있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덕후 이미지가 과거와 달리 긍정적으로 변화하면서 경험과 수집욕, 그리고 과시욕까지 모두 만족시키는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생활과 가장 밀접한 영역인 편의점에서 관련 마케팅이 큰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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