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남성’ 文대통령, 불편한 고정관념을 뒤집다

15일 광복절 경축사 통해 여성 독립운동사 재조명 할애
“정부, 여성과 남성 어떤 차별도 없이 독립운동 역사 발굴”
독립유공자 후손 “文대통령 때 ‘여성 가사노동 인정’ 기쁘다”
지난해 광복절·올해 삼일절 기념사에서도 여성 독립운동가 언급
  • 등록 2018-08-16 오전 6:00:00

    수정 2018-08-16 오전 6:00:00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 참석한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특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약산 김원봉,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대중에게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들은 대체로 남성이다. 주변에서 여성 독립운동가를 혹시 알고 있는지 물어본다면 제대로 입을 떼기 어렵다. 유관순 열사를 제외하면 다른 이름을 기억 속에서 떠올리기 쉽지 않다. 영화 ‘암살’의 흥행으로 실제 모델인 남자현 지사를 추가할 수 있는 게 고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독립운동은 곧 남성’이라는 기존 고정관념 파괴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주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 경축사를 통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여성독립운동가의 복원을 시도했다. 참고로 정부 수립 후 포상된 여성 독립유공자는 총 299명으로 문재인정부 들어서 202명을 발굴했다.

文대통령 “여성과 남성, 어떤 차별도 없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발굴해낼 것”

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발굴하지 못하고 찾아내지 못한 독립운동의 역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여성의 독립운동은 더 깊숙이 묻혀왔다”며 “여성들은 가부장제와 사회, 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중삼중의 차별을 당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복을 위한 모든 노력에 반드시 정당한 평가와 합당한 예우를 받게 하겠다”며 “정부는 여성과 남성, 역할을 떠나 어떤 차별도 없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발굴해낼 것이다. 묻혀진 독립운동사와 독립운동가의 완전한 발굴이야말로 또 하나의 광복의 완성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다소 낯선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자세히 소개했다. △1931년 일제의 일방적인 임금삭감에 반대해 높이 12미터의 을밀대 지붕에 올라 농성하며 ‘여성해방, 노동해방’을 외친 평양 평원고무공장의 여성노동자 강주룡 △1932년 제주 구좌읍에서는 일제의 착취에 맞선 고차동, 김계석, 김옥련, 부덕량, 부춘화 등 해녀 5명의 항일운동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유족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이번 광복절부터 독립운동가 포상 기준을 세심히 살핀 결과 여성 독립운동가 202명을 새로 발굴했다. 늦었지만 정말 반가운 소식”이라면서 “앞으로도 여성은 물론 학생, 의병까지 후세들에게 널리 기억되고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발굴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1919년 평안남도 순천에서 대한국민회 부인향촌회를 조직해 조국 독립에 크게 기여한 최복길, 김경신, 김화자, 옥순영, 이관옥 선생(건국훈장 추서) △3.1 운동 1주년을 기리며 기숙사 뒷산과 교정에서 일제히 독립만세를 외친 당시 배화여고 학생 6명(대통령 표창) 등을 언급했다.

서간도 무장 독립운동 지원에 헌신한 허은 여사의 아들인 이항증 선생은 “국가보훈처에서 여성 독립운동가를 새롭게 조명해 어머니께서 독립유공자로 포상됐다”며 “문재인 대통령 때에 처음으로 여성의 가사노동을 인정한 것이다. 더없이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씨는 특히 “독립운동가도 먹고 입고 자는 데 의식주에서 해결이 안 되면 독립운동을 못한다”며 “그런데 우리나라에 의식주 해결을 여성들이 다 했다. 그런데 공은 전부 다 남자들끼리. 이번 서훈은 여자들이 20시간 이상 가사노동을 인정했다는 처음 사례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올해 삼일절 기념사에서도 남자현 여사 등 여성 독립운동가 소개

문 대통령이 여성 독립운동가의 발굴과 재조명을 강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와 올해 삼일절 기념사를 통해서도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언급을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광복은 항일의병에서 광복군까지 애국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이 흘린 피의 대가였다. 직업도, 성별도, 나이의 구분도 없었다”며 “독립운동을 위해 떠나는 자식의 옷을 기운 어머니도 모두가 광복을 만든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열단원이며 몽골의 전염병을 근절시킨 의사 이태준 선생 등 독립운동가를 소개하면서 무장독립단체 서로군정서에서 활약한 독립군의 어머니 남자현 여사도 언급했다.

올해 삼일절 기념사에서도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언급은 빠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삼일절 기념식이 열린 서대문형무소를 예로 들며 “수많은 어머니와 아내들이 이곳 형무소 앞 골목에서 삯바느질과 막일을 해가며 자식과 남편의 옥바라지를 했다. 수감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도 모두 독립운동가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중근 의사의 뒤를 이어 강우규, 박재혁, 최수봉, 김익상, 김상옥, 나석주, 이봉창,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는 의사들이 의열투쟁을 이어갔다. 1932년 4월 29일 윤봉길 의사의 상해의거가 그 정점이었다”고 소개하면서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름도 한 명 한 명 역사 속에서 불러냈다. 그리고 ‘건국의 어머니’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 시위를 주도한 18살 유관순 열사 △함경북도 명천 만세시위에 참가했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한 열일곱 꽃다운 나이의 동풍신 열사 △밤을 지새우며 태극기를 그린 부산 일신여학교 학생들 △최초 여성의병장 윤희순 의사 △백범 김구 선생의 강직한 어머니 곽낙원 여사 △3.1운동 직후인 3월 9일 46세의 나이에 압록강을 건너 서로군정서에 가입한 독립군의 어머니 남자현 여사 △근우회 사건을 주도한 후 중국으로 망명하여 의열단 활동을 한 박차정 열사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독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경을 6차례나 넘나든 정정화 의사 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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