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화천대유 ‘엉터리’ 취업규칙…“50억 퇴직금 논란에 급조”

곽상도 아들 50억 관련 취업규칙 쟁점 빼고 제출
인사·급여규정 근거 들면서 관련 내용 제출 안 해
필수 기재사항도 빠져 “50억 논란에 급히 만든 정황”
안호영 의원 “노동법 위반…수사기관 고발 조치 해야”
  • 등록 2021-10-21 오전 6:30:00

    수정 2021-10-21 오후 2:31:34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에게 준 50억원의 근거가 담겨 있는 취업규칙을 정부에 제출하기 직전에서야 작성한 정황이 확인됐다. 화천대유의 취업규칙에는 법적으로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사항이 빠져 있거나 대부분 허술했다.

무소속 곽상도 의원이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 논란과 관련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3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고용부에 곽 의원의 아들이 받은 50억원의 실체를 규명할 상여금과 퇴직금 재해보상 등의 쟁점사항이 빠진 취업규칙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 7일 고용부는 화천대유 측에 취업규칙도 15일까지 제출하라고 통지했고 이를 제출 받았다. 곽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돈이 퇴직금 차등 설정에 해당하는지 보기 위해서다.

현행 근로자퇴직연금보장법에 따르면 퇴직금도 직위나 직급 등에 따라 지급 기준이나 지급률을 달리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만일 곽 의원의 아들만 거액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취업규칙이 명시하고 있으면 위법 소지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화천대유가 제출한 취업규칙에는 퇴직금 관련 내용이 빠져 있어 고용부는 보완 요청을 했다.

문제는 화천대유가 제출한 취업규칙이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점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93조에는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작성해 고용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특히 취업규칙에는 필수 기재 사항이 포함돼야 한다. 화천대유는 지난해 기준 직원 16명으로 신고 의무 대상이다.

화천대유의 임금 규정에는 ‘임직원의 임금, 성과급, 퇴직금에 관한 사항은 급여규정에 의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상여금 기준이 담긴 포상 규정도 ‘종류와 등급 및 기준은 인사규정에 의한다’라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화천대유는 급여규정이나 인사규정은 제출하지도 않았다.

화천대유 취업규칙 일부. (자료=안호영 의원실 제공)
특히 산재 위로금 성격을 규명할 재해보상 규정에는 ‘장애보상은 법령과 급여규정에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화천대유는 법령에 위배되는 금액을 지급하기도 했다. 화천대유와 곽 의원의 아들은 기침과 어지럼증으로 50억원 중 44억원이 산재 위로금 성격이라고 해명했지만, 심지어 기침과 어지럼증은 산재로 인정받기도 힘든 증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화천대유는 취업규칙이 2020년 2월 1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거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필수 기재사항인 ‘직장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사항’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해당 사항은 2019년부터 취업규칙에 포함되도록 의무화한 규정이다.

안호영 의원은 “화천대유 취업규칙은 애초 존재하지 않았다가 곽씨가 받은 50억원이 문제가 되자, 급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할 꼴”이라며 “곽씨에게 지급된 50억원은 목적성 있는 불법 자금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부청장은 화천대유의 이런 노동법령 위반사항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수사기관에 고발조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곽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산재를 입었다는 주장의 근거인 산재 조사표는 제출 기한이 1주일 연장됐다. 고용부는 지난 18일 화천대유를 현장 방문해 산재 조사표를 제출하도록 독촉했다. 화천대유 관계자는 제출 기한을 1주일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방문해서 만난 화천대유 관계자가 공문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해와 산재조사표 제출 기한을 1주일 연장했다”며 “1주일 뒤 화천대유가 제출할 서류를 통해 산재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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