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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회 보좌진은 정치 등용문 같은 자리였다. 국회의원과 함께 일하며 의원의 역할과 정치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재선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작가는 13대 국회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또 과거 ‘3김’으로 대표되는 계파정치가 횡행하던 시절에는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기 위해선 계파 수장이나 중간 리더들의 보좌진을 하는 게 일반적이기도 했다.
다시말해 정치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좌진을 거쳐야 했다. 또 보좌진을 하는 사람들은 생계유지를 위한 직업인으로서 일을 하기 보다는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으로 보좌진이란 자리를 여기는 게 보통이었다. 실제로 과거에는 보좌진을 하다가 국회의원에 도전하거나 지방의회 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출마하는 일이 흔히 있었다.
대표적인 게 직업인으로 보좌진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 현직 보좌관은 “과거에는 보좌진이 거쳐가는 자리라는 생각이 많았고, 오히려 오래 있으면 무능력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많이 바뀌었다”며 “급여 수준이나 직업 인식면에서 좋다는 생각에 직업으로 보좌진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일례로 국회 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보좌관의 평균재직 기간은 16대(2003년 9월 30일 기준) 때 4년이었지만 19대(2014년 9월 30일 기준)에는 6년 7개월로 2년 7개월이 늘었다. 이같은 경향은 비서관이나 비서 등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그만큼 한번 보좌진으로 들어오면 오랫동안 근무한다는 얘기다.
또한 과거와 달리 보좌진 경력이 총선 등 선거 출마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보좌진을 오래하게 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20대 국회의원들만 봐도 보좌진이나 당직자 출신은 10여명으로 전체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 법조인, 관료, 언론인, 전문직 출신들이 주를 이룬다. 정치권 밖에 있다가 영입이 돼 국회의원이 된 경우가 많다. 차기 총선 출마를 고려하는 한 보좌관은 “정치 혐오, 정치 불신이 높다보니 정치권에 오래 있었다고 하면 유권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이같은 이유 때문에 출마를 생각하다가 포기하는 보좌진들도 종종 있다”고 털어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는 국회에 오랫동안 있는 보좌관들을 보고 ‘의원급 보좌관’이란 자조섞인 호칭으로 부르기도 한다”며 “과거 보좌관하면 정치적 욕심도 있고 본인의 정치 철학이나 사명감도 뚜렷했는데 지금은 그런 색깔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