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지난 25일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이 참관한 가운데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분석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9층 자택 창문 밖으로 던진 휴대전화를 찾아 파손된 부분을 복구한 뒤 처음 열어본 것. 전담수사팀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지난달 중순 새 휴대전화를 개통해 같은 달 29일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 할 때까지 열흘 동안 사용했다. 그는 이 휴대전화로 텔레그램을 주로 사용하고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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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휴대전화 속 텔레그램의 경우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었고,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이 이 번호를 알지 못해 열어보는 데 실패했다. 텔레그램은 사용자끼리 주고받는 메시지를 고도로 암호화해 저장하는 보안성이 강한 메신저다. 서버가 해외에 있고 사용자의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다.
경찰은 다른 데이터 분석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내용은 수사와 관련돼 밝힐 수 없다”면서도 “절차대로 진행해 의혹을 남기지 않겠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유 전 본부장이 이 휴대전화를 개통한 시점과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던 시점이 맞물렸다는 점에서 텔레그램을 이용해 이번 사건의 다른 핵심 인물과 대책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다. 또 검찰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 유 전 본부장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뒷일을 도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첫 공판은 내달 10일로 예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양철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유 전 본부장의 첫 공판기일을 오는 11월10일로 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013년 성남시설관리공단(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화천대유에 사업 편의 등을 제공한 대가로 수회에 걸쳐 3억5천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화천대유로부터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도 받는다. 다만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배임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