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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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하지나 기자] 이번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우리나라와 외국뿐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복 조치로 인해 오히려 가뜩이나 안 좋은 일본 경제가 더 큰 타격을 입게 됐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왜 이같은 비상식적인 결정을 했을까?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이에 대해 “아베 총리 개인적인 변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내 개인적으로는 아베 총리가 한국에 화가 났다. 그래서 분노조절장치가 붕괴됐다는 표현을 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베 총리가 세 가지 일로 인해 한국에 화가 났다고 분석했다. 첫번째는 2015년 위반부 합의를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뒤엎은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파기는 아니지만 재단을 해산하는 등 사실상 합의를 백지화하는 결정을 했다”며 “이 일로 아베가 머리 끝까지 화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아베도 사실 위안부 합의를 하고 싶지 않았는데 미국의 압력 때문에 일본 우익의 반대를 무릅쓰고 합의를 한 것”이라며 “우리 국민이 기억하는 것은 불가역적 합의, 소녀상만 기억하지만 위안부 합의의 중심은 일본의 사죄다. 아베는 사죄에 대해 합의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한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 합의를 한국이 뒤집으니 아베의 정치적 체면이 완전히 망가진 것”이라며 “일본 우익들이 타협하지 말라고 했는데 타협해서 이렇게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아베가 화가 난 지점을 짚었다.
두번째는 지난해 말 발생한 일본 초계기 레이더 조준 사건이다. 이 사건은 일본이 2018년 12월 20일, 동해상에 표류한 북한 어선을 구조하기 위해 작전에 나선 우리의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사격관제레이더로 수분간 조준을 했다고 항의하면서 시작됐다. 사격관제 레이더로 조준한다는 것은 비행기를 격추시키기 위한 사전 행동으로 공격 의사로 간주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이 교수는 “일본 측 얘기를 들어보면 사격관제 레이더를 조준하면 초계기에서 경보가 울리는데 이번에 초계기에서 경보가 울려서 난리가 났다고 한다”며 “이렇게 명백한데 한국이 조준하지 않았다고 발뺌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양측 주장 중 어느 것이 사실인지, 혹은 양측 기기 중 오작동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다 대화하면 알 수 있는 문제인데 서로 불신이 크다보니 미워하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세번째는 이번에 문제가 된 강제징용 재판이다. 이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은 우리 정부에 여러 차례 대화를 하자고 했고 중재위를 열자고도 했다. 다 분쟁이 있을 때 해결하는 방식을 정해 놓은 청구권 협정 3조에 있는 내용”이라며 “그런데 우리 정부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하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 머리 끝까지 화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베가 각 성청에 있는 대신들에게 보복리스트를 제출하게 했다. 이게 100개 리스트”라며 “강제징용 판결로 인한 배상 기업의 자산을 현금화하는 시점에 조치를 하려고 했는데 아베가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나 먼저 조치를 하게 된 것”이라고 뒷얘기를 전했다. 또한 “이번 조치에 대해 아베는 외무성도 배제해 버렸다. 지금 아베 측근들이 많이 가 있는 경제산업성에 있는 관료들이 주도적으로 조치를 취했다”며 “일본 내에서도 성급한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아베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극우세력들이 과거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며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한국에 대한 공격을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그런 측면이 100% 없다고 할 수 없지만 현 상황에 대한 디테일한 분석과는 너무 멀다고 본다”며 “일본은 경제성장해 보려고, 아베노믹스를 해보려고 국가 에너지를 쏟고 있는 나라인데 군비 증강을 하기 위해 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부정적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