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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공을 차면 정면으로 쭉쭉 뻗어 가야 한다. 그런데 이들이 공을 차면 갑자기 뚝 떨어지거나 회전이 걸려 휘어진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찰 수 있을까. 원리는 ‘마그누스 효과’와 같은 물리학적 법칙들과 연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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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류영역에서 ‘마그누스 효과’
축구공을 차면 초기에 속도가 빨라 직진 상태로 날아간다. 이때 마찰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지 않는 공기 흐름인 ‘난류’ 영역으로 이동한다. 공을 강하게 차는 축구 선수들은 약 9m 정도까지 보내기 때문에 수비벽 전후 정도가 된다. 이때는 회전을 걸어도 공이 회전하지 않는다.
축구공은 초기의 빠른 속도에서 벗어나 공기 흐름이 부드럽고 얇은 층을 이루는 ‘층류’ 영역으로 이동한다. 이때 공의 무게 중심으로 공기가 흐르고, 공의 회전으로 발생하는 흐름이 더해진다. 공기의 흐름에 따라 압력에 차이도 발생한다. 유체(액체나 기체) 속에서 물체가 특정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운동할 때 물체가 이동속도의 수직으로 힘을 받아 경로가 휘어지는 ‘마그누스 효과’가 작용한다. 공기의 흐름이 빠르면 그곳의 압력이 낮아진다는 ‘베르누이 정리’의 사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주로 차는 무회전 프리킥은 약간 다르다. 이러한 프리킥은 공이 골키퍼에게 갈 때까지 반 바퀴 정도만 회전하도록 정교하게 차야 예측하지 못한 궤적을 그리며 골망을 가를 수 있다.
선수 보호 위한 표준 과학 적용
경기장 내 규격이나 축구공도 이러한 과학적 계산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선수를 보호하고, 경기력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월드컵 경기장 내 주요 시설을 살펴보면 경기장 규격은 가로 68 m, 세로 100 m다.
센터서클과 아크 반경은 모두 9.15m이다. 페널티킥을 차는 지점과 골라인 사이의 거리는 11m이다. 프리킥이 나왔을 때도 9.15m 물러나야 한다. 난류 영역에서 직진으로 공이 세게 가기 때문에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다.
축구공도 마찬가지다. 월드컵에서는 피파(FIFA)에서 인정하는 공인 축구공만을 쓸 수 있다. 일정한 크기와 무게, 공기압력 기준들을 충족해야 한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을 거치면서 수작업으로 실밥을 엮던 축구공에서 진화해 자동화·첨단화된 축구공을 이용하게 됐다.
형태도 둥근 원(구형)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 발전하고 있다. 원을 만들기 위해선 모든 면이 같고 한 꼭짓점에서 만나야 하기 때문에 정다면체를 써야 한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썼던 ‘텔스타’가 대표적이다. 당시 축구공은 20면체의 꼭짓점을 잘라 만든 12개의 5각형과 20개의 6각형으로 이뤄진 32조각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구조는 안정적인 탄소 원자 구조인 ‘풀러렌(C60)’의 모양과 같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까지 썼던 축구공은 여러 조각을 사람이 붙여 만들었기 때문에 제작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사람이 한다는 점에서 모든 공이 같은 품질을 같기 어려웠다. 반면, 이번 월드컵은 수성접착제를 사용했고, 섬세한 섬유기술 등을 적용해 공을 상대적으로 표준화했다. 피파(FIFA)도 “특수 돌기가 들어간 20조각으로 구성된 알릴라를 통해 공 궤적의 정확성, 비행 안정성, 방향 전환성을 높였다”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설명했다.
이인호 박사는 “공의 위아래, 좌우 어느 부분을 건드리는가에 따라 공의 회전이 달라질 수 있다”며 “다만 축구공을 세게 차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축구공을 골프공처럼 돌기를 많이 만든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직진 속도에서도 난류현상으로 축구공을 오래 유도해 더 강한 슈팅과 위력적인 킥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