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8일 밤 우크라이나 점령지 마리우폴 주택단지를 깜짝 방문한 모습이 러시아 국영TV를 통해 공개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지난해 2월 조국 수호자의 날 기념 콘서트 당시 착용해 화제를 모았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로로피아나’ 패딩을 입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이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푸틴 대통령의 명품 사랑에 안팎에서 지적이 나온다.
| 마리우폴 주택단지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러시아 국영방송사인 VGTRK 영상 캡처.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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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즈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8일 밤 마리우폴 주택 단지를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해당 영상은 러시아 크렘린궁 홈페이지에도 올라왔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착용한 패딩은 로로피아나의 제품이 착용이다. 로로피아나 마니아로 알려진 푸틴은 앞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직후인 지난해 3월 크림반도 병합 8주년 기념 콘서트에서도 이 제품과 함께 이탈리아 명품 ‘키튼’의 흰색 터틀넥을 착용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당시 로로피아나 패딩 가격은 약 50만루블(당시 환율로 약 1700만원)으로 이는 러시아인 평균 연봉(약 68만 루블)과 맞먹는다.
약 100년의 역사를 지닌 로로피아나는 고대부터 ‘신의 섬유’로 불리는 ‘비쿠냐(vicuna)’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이자 최고급 캐시미어를 취급하는 명품 브랜드다. ‘품질에 있어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소량의 제품만 생산하기로 알려진 데다 높은 가격과 희소성에 상위 1% 부자들이 즐겨 입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로로피아나는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 소속돼 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크림반도 병합 8주년 기념 행사에 입고 등장한 로로피아나 패딩과 키튼 목 폴라. 두 제품은 각각 1700만원, 380만원 상당의 고가로 알려졌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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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피아나는 부유층에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면서 이따금 ‘블레임룩(Blame Look,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인물의 패션)’ 브랜드로 거론되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해 ‘푸틴 패딩’이 논란이 됐던 당시 로로피아나 창업주의 일원인 피에르 루이스 로로피아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푸틴이 우리 브랜드 옷을 입고 연설을 한 것에 전 세계 주목하는 것이 매우 당황스럽다”며 “러시아에 대한 의류 공급을 전면 중단했고 모든 매장 역시 무기한 폐쇄된 상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로피아나는 국내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시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8년 공식 석상에서 착용해 화제가 됐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유병언 전 세모 그룹 회장이 사망 당시 입고 있던 점퍼 브랜드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집회장에 들어선 모습. 이날 착용한 제품은 프랑스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 세라핀 제품. (사진=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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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의 명품 사랑은 유별나다. 그는 지난 달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조국 수호자의 날’ 기념 콘서트 당시에도 유럽 현지에서 굴지의 명품 브랜드로 취급받는 ‘세라핀’의 디자이너 코트를 착용했다. 러시아 야당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제품 가격은 59만 루블(한화 약 1008만원) 수준이다.
세라핀은 국내에는 생소한 브랜드지만 유럽 현지에서 인정받는 명품 위의 명품으로 꼽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세라핀은 사슴, 염소 등 다양한 가죽 제품을 취급하는 브랜드로 로로피아나와 마찬가지로 장인들의 손에서 극소량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 재킷 등 가격대는 1000만~3000만원대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