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구글세]①EU의 폭탄..포식자 놔두면 씨가 마른다

EU, 구글에 역대 최대 ‘3조원’ 반독점 과징금 부과
2차 과징금 폭탄도 예고..美 거대 IT기업 집중포화
‘이러다 미국에 모두 뺏긴다’ EU 위기감..사실상 ‘구글세’
  • 등록 2017-07-07 오전 5:28:07

    수정 2017-07-07 오전 5:28:07

(사진=로이터)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구글은 충격에 휩싸였다. 각오는 했지만 이 정도일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경쟁분과위원회는 구글을 상대로 24억2000만유로(약 3조100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반독점법 위반 혐의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11억유로 정도의 과징금을 예상했다. 지난 2009년 미국 인텔에 부과했던 사상 최대 금액이 10억6000만유로였다. 구글의 위상을 고려서 최대 기록을 살짝 경신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부과된 과징금은 예상액의 두배가 넘었다.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과징금 폭탄이다. 구글의 주가는 이후 6% 넘게 추락했다.

“EU의 사이트는 구글에서 보이지 않는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 그는 구글의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결정했다. (사진=AFP)
문제가 된 부분은 구글쇼핑이다. 구글은 검색 화면의 상단에 구글쇼핑에 가입한 업체들을 먼저 보여준다. 구글은 업체들의 클릭이 늘어나는 만큼 광고료를 받는다. 한국의 네이버도 비슷한 방식을 쓴다.

EU 집행위는 구글이 구글쇼핑에 가입된 업체들을 검색 결과에서 먼저 보여주느라 유럽의 가격비교 사이트가 검색결과에서 뒤로 밀려나게 됐다고 주장한다.

구글이 첫 페이지에 보여준 검색 결과에 이용자의 클릭이 집중된다. 전체 클릭의 95%가 첫 페이지에 이뤄진다. 두 번째 페이지 밀려기만 해도 전체 클릭의 1%밖에 가져가지 못한다. EU 집행위는 유럽 가격비교 사이트의 검색 결과가 3페이지나 4페이지로 밀려나 고사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 검색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이 자신의 지배적인 지위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경쟁자들을 배제한 것이라는 게 EU 집행위의 논리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구글의 서비스만 항상 맨 위에 나타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구글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는 아마존이 지배적인 사업자이고, 구글의 점유율은 10%에 불과하다고 항변한다. 구글은 유럽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구글쇼핑 광고 서비스를 중단해야 할 처지다. 90일 내로 시정하지 않으면 세계에서 올리는 매출의 5%를 일별로 계산해 추가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가격비교 사이트들은 구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법원에 제기할 예정이다.

구글에 대한 EU의 공격이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EU의 추가적인 제재 가능성이 남아 있다. EU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구글 애플리케이션을 미리 탑재한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예비조사 결과 구글이 EU의 경쟁법을 위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에 대한 추가 과징금은 시간문제다. 2차 과징금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2차 과징금 폭탄 대기..美 IT기업에 집중포화

구글은 유럽 검색엔진 점유율이 93%에 달한다. 구글의 본고장인 미국(86%)보다 높다. 중국은 자국 검색엔진인 바이두의 점유율이 81%로 압도적이다. (자료=statista)
EU의 과징금이 사실상의 ‘구글세(稅)’라는 평가가 많다. EU 내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유독 높다. 유럽 내 구글 검색 엔진의 점유율은 93%에 달한다. 구글의 본고장인 미국(86%)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구글이 유럽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지만, 유럽에서 제대로 세금을 내고 있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구글은 기상천외한 절세기법을 동원해 세금을 아낀다. 결국 EU가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의 IT기업에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EU의 반독점 위반 판정은 미국 기업에 집중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104년 EU가 내린 30건의 반독점 규정 위반 판정 가운데 21개가 미국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EU의 공격은 구글을 넘어 미국의 IT 기업 전체를 향해 있다. 애플은 지난해 유럽에서 130억유로(약 16조6000억원)의 법인세 추징을 당했고,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의 이메일 등 개인정보를 광고에 활용한 게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아마존은 룩셈부르크 정부와 법인세 경감 담합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의 발언은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반(反)경쟁적인 행위를 하려 할 때 이들의 부정행위가 공식적으로 확인되기 전 단계에서 임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이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쇼핑의 경우 24억2000만유로라는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됐지만, EU 집행위가 이 사안을 조사하기 시작한지 7년이 지난 후다. 그 사이 유럽에서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는 이미 구글에 밀려 존재감 자체가 미미해졌다. ‘네트워크 효과’ 구축한 미국의 IT 기업들이 데이터를 싹쓸이한 상황에서 뒤늦은 과징금 부과만으론 EU의 기업들을 살릴 수 없다는 위기감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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