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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차라리 떨어졌다는 공지가 오면 ‘내가 부족한가 보다’하고 마음을 다잡겠지만 아예 채용 발표 자체가 계속 연기되고 있다”며 “지원한 회사중 2곳은 인턴을 거쳐야 하는데 막상 채용이 돼도 정규직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질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신규채용 연기·축소…20대에 직격탄
코로나19발 고용한파가 1990년대생을 직격했다.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20대 후반(25~29세)이다. 직장에 취업해 한창 경력을 쌓아나갈 때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대다수는 고용시장에 진입조차 못하고 있다. 10여년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취업난을 겪었던 세대가 이후 지속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렸던 점을 고려하며 이들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4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고용보험 자격 취득자는 전년 동월 대비 12만1000명 감소했다. 29세 이하가 4만1000명으로 전 세대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직장에 취업해 고용보험에 가입한 이들이 청년층에서 가장 많이 줄었다는 것으로 청년층의 일자리 진입 자체가 급격히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기업이 신규채용을 억제하면서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려는 패턴이 나타났다”며 “신규채용 연기와 축소의 영향을 20대가 가장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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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노동시장 경직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처음 들어간 직장의 질이 앞으로의 일자리를 좌지우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지금처럼 고용상황이 나쁠 때는 구직자들이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취업을 시도하기 때문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하면 단기적인 임금 손실 외에도 경력 상실로 임금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며 “취업하더라도 초기의 직장 선택이 제약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경력 개발의 저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살펴보면 이들의 노동 불안정성을 예측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계약기간 여부다. 일반적으로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은 정규직 일자리가 좀 더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데, 지난 2009년에 첫 일자리에서 계약기간을 정했다고 응답한 청년층 비중은 전년 동월보다 9.3% 크게 늘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경기가 안 좋아진다는 신호가 있었지만 이번엔 감염병으로 일자리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어서 취약계층에 미치는 여파가 더 크고 상황도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청년층 대상으로 공공 단기일자리를 마련하고 채용 여력이 부족한 사업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수 상황임을 고려하면 필요한 정책이긴 하지만 미봉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층은 취업해서 일을 빠르게 배워야 하는 시기인데 단순한 공공일자리에 있으면 숙련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올해 하반기 시행 예정이었으나 관련 입법이 늦어지면서 내년에나 도입될 전망이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고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법을 의결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국민취업지원제도의 핵심은 생계 안정을 위한 구직촉진수당”이라며 “지금까지는 정부는 청년 실업 대책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에 도입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직접 생계를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