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35)씨는 최근 가수 나훈아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다 스트레스만 받았다. 평소 부모님이 나훈아의 팬이었던데다 이번이 마지막 콘서트라는 소식에 어버이날 선물로 티켓을 드리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지난 23일 있었던 티켓팅에 성공하려고 PC방을 찾는 등 준비했으나 높은 경쟁률을 뚫지 못한 것. 그러나 최씨를 더욱 허탈하게 만든 것은 중고거래 사이트였다. 나훈아의 R석 가격이 16만5000원인데 비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30만원에 달라고 해서다. 최씨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한 아이디로 여러 티켓을 판매하는 것을 보면 약이 오른다”면서도 “중고거래 사이트 취지가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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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처럼 웃돈을 얹어 판매되는 암표에 허탈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데일리가 28일 중고거래 사이트 등을 살펴본 결과, 하나의 아이디로 웃돈의 티켓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나훈아를 검색하면 한 개 아이디로 ‘나훈아 콘서트 판매’ 등의 게시글을 올린 사람을 찾아볼 수 있다. 대놓고 ‘0원’ 또는 ‘9999원’을 게재하며 구매자에게 ‘부르는 게 값이다’는 식의 늬앙스를 불러 일으키는 게시글도 상당수였다. 이들과 접촉해 가격대를 물어보면 기존 가격보다 2~3배를 요구하기 일쑤였다.
문제는 지난달 암표를 막기 위해 개정된 법이 전혀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크로를 통해 거래된 암표 행위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윤동환 한국레이블산업협회 회장은 “개정된 공연법에 따라 매크로를 사용해서 구매하고 판매한 경우를 수사기관이 잡아내야 하는데, 현재 시스템으로 잡아내기에는 굉장히 복잡하다”면서 “일단 경찰이 포렌식을 통해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암표 하나 하나를 수사할 인력이 없을 뿐더러 매크로를 통해 판매했다는 정황을 제보 받았다고 해도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걸려 있어 수사를 하기 까다로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차 플랫폼인 중고거래 장터의 암표에 대한 무관심도 한 몫하고 있다. 중고거래 장터를 대상으로 한 정부기관의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이들도 자정 작용만 할 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얘기다. 윤 대표는 “이들도 예전보다 암표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 정부기관이나 경찰 측이 가이드라인을 주면 할 용의는 있다고 말한다”면서 “달리 말하면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본인들이 나서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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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암표 근절에 나선 상황이다. 김혜수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장은 “온라인 암표 신고센처를 구축하고 제보된 내용을 선별해 경찰청에 수사 의뢰할 수 있도록 수사기관과 공조체계를 마련했다”며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수 있도록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온라인 상의 암표 행위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범죄처벌법상의 온라인 상의 암표 행위에 대한 정의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 대표는 “경범죄처벌법상의 암표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있어야 한다”며 “정확한 정의도 없이 매크로만을 가지고 논하기에는 암표상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