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가격 인상 타자는 '김'...동원·CJ 선택만 남았다

원초 가격 급등…김 소매가 1년 전보다 28% 껑충
국내 원초 생산도 줄었는데 해외 수출 대폭 늘어
광천·성경·대천 이어…동원·CJ제당도 인상 유력시
  • 등록 2024-04-30 오전 5:55:00

    수정 2024-04-30 오전 6:13:09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김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김의 원료인 ‘원초’ 가격이 공급 부족으로 연일 급등하고 있어서다. ‘이상 기후’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김의 수출 증가로 국내 제조에 쓰일 마른김이 줄어든 것이 배경이다. 이미 조미김 전문업체 광천김, 성경식품, 대천김 등은 가격을 10~20% 인상했다. 종합식품기업인 동원F&B(049770)CJ제일제당(097950)도 곧 인상 행렬에 동참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김 (사진=연합뉴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마른김 중품 10장의 소매 가격은 1306원으로 한 달 전(1151원)보다 13.5% 올랐다. 1년전(1019원), 평년(958원)과 비교하면 각각 28.1%, 36.3% 올랐다.

김을 장기 보관하기 위해 수분 함량을 4% 이하로 건조한 ‘얼구운’ 김 중품 10장의 소매가 역시 1960원으로 1년 전(1658원), 평년(1557원)보다 각각 18.2% 25.9% 상승했다.

마른김은 재취한 원초 그대로 김을 만든 것을 말한다. 김 제조업체들은 마른김을 매입해 조미김을 생산·판매한다. 원초가 부족해지면서 마른김의 가격도 오르고 있는 셈이다.

원초는 최근 1~2년 사이 수온 상승에 따른 병충해 확산으로 수확량이 감소했다. 실제로 전국 김 생산량의 77%를 차지하는 전라남도에서는 지난해 생산량이 11% 줄었다. 여기에 김의 수출은 증가하면서 국내 김은 더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마른김과 조미김을 포함한 김의 수출액은 1억4136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8.1% 증가했다.

현재 광천김, 성경식품, 대천김 등 주요 조미김 업체는 이달 초 제품 가격을 10∼20% 올렸다. 김은 타 식품보다도 원물 비중이 높아 원재료 가격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성경식품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원초 가격이 너무 올라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동원F&B와 CJ제일제당 등 종합식품 기업은 아직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양반김 브랜드로 국내 조미김 시장 1위인 동원F&B 관계자는 “김 원초 가격이 폭등해 부담이 큰 상황이지만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비비고 브랜드를 통해 조미김, 김자반을 판매 중인 CJ제일제당 역시 현재로선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다만 이들의 김 가격 인상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각 업체들의 재고분이 소진되는 시점이 곧 다가오기 때문이다. 보통 원초의 수확 시기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다. 이때 도매상들은 1년치 물량의 마른김을 산지에서 사들여 기업 등에 공급한다. 기업들은 곧 비싼 가격으로 매입한 마른김으로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셈이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김 가격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수부는 7월부터 축구장 2800개 넓이의 신규 양식장 2000㏊(20㎢)를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남에 1200억원 규모의 수산 식품 수출단지를 내년에 건립해 가공, 연구개발(R&D), 수출을 종합 지원하는 거점으로 조성한다. 이를 통해 김의 수출 물량 증가에 대응하고 국내 가격을 효과적으로 안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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