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총의 소확행] "고수익 원하면 다른 곳 가세요" 비플러스의 신념

기업의 사회적가치 고려해 대출 심사
일반 시민 참여하는 임팩트투자 꿈꿔
투자받은 기업은 사회문제 해결 위해 노력
  • 등록 2018-07-08 오전 10:13:46

    수정 2018-07-16 오후 5:04:08

[이데일리 김은총 기자] “우리는 투자 수익률이 너무 높아지지 않게 주의합니다. 고수익을 원하시는 분들은 다른 회사로 가면 됩니다.” 지난 6일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비플러스 사무실에서 만난 박기범 대표가 덤덤히 말했다. 투자자를 모집하는 회사의 대표가 이렇게 당당해도 될까 싶었다.

‘비플러스’는 P2P(Peer to Peer) 금융회사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투자자와 투자받을 기업을 연결해준다. 다만 일반 P2P 회사와 다른 점은 ‘임팩트투자’를 지향한다. 사회적경제의 한 영역인 임팩트투자는 수익과 사회적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투자다. 그래서 비플러스를 통해 투자받은 기업은 어떤 식으로든 사회·환경·사람에게 유익한 일을 해야 한다.

대출 심사 과정은 대략 이렇다. 펀딩 신청이 들어오면 먼저 기업의 사회적가치를 평가한다. 꼭 사회적기업이 아니어도 되지만,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미션을 가진 기업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성장 가능성이 보여도 기업의 일이 환경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면 탈락이다. 높은 투자 수익률이 기대돼도 사회적가치를 훼손하는 펀딩은 진행하지 않는다.

그다음은 기업의 재무현황을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는 종종 기업들의 회계 도우미 역할도 한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일했던 경력 덕분이다.

재무가 파악되면 기업 대표를 만난다.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면 대표의 인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지론이다. 그리고 지역 네트워크를 통한 기업의 평판 체크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추천인 제도가 시행된다. 다만 투자금에 대한 보증을 서는 것은 아니다. 추천인은 그저 대표가 가진 기업가로서의 명예를 보증할 뿐이다.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비전

박 대표는 비플러스의 설립 목적을 “일반 시민에게 임팩트투자에 참여할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임팩트투자를 대중화해야 사회적경제도 활성화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생각이다. P2P를 통한 크라우드 펀딩은 여기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이었다.

냉정히 말해 비플러스의 투자 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일반 P2P 펀딩의 수익률이 15~20%라면 비플러스의 펀딩 수익률은 6~8% 정도.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보자면 매우 낮은 수치지만, 수익률이 두 자리대로 올라가지 않기 위해 박 대표는 나름 노력한다. 고수익이 비플러스의 설립 목적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비플러스의 비전은 뭘까. 박 대표는 “시민에게 투자받은 기업이 사회적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스스로 고민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시민투자자들이 각자 투자한 기업에 관심을 가지면 기업들 역시 윤리·도덕·환경적인 부분에서 더 나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었다. 어쩌면 사회문제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지도 모른다.

◇비플러스의 소확행

인터뷰 내내 박 대표의 목소리는 녹음이 어려울 정도로 작았다. 정신없이 노트에 받아적으니 대여섯 장이 훅훅 넘어갔다. 일말의 원망이 있었지만, 박 대표가 구강암의 일종인 설암 투병을 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미안한 마음에 펀딩이라도 참여하고자 비플러스 홈페이지(http://benefitplus.kr)를 방문해봤다. 정선의 한 건설회사에 대한 크라우드펀딩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투자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건설회사가 정선 내 기초생활수급자를 직원으로 고용해 주거 취약계층의 집을 무료로 수리해주고 있다는 점. 또 하나는 정선 특산품인 곤드레를 리워드로 준다는 점이었다.

의자에 앉아 손가락만 까딱하면 정선의 기초생활수급자와 주거 취약계층을 한꺼번에 도울 수 있었다. 게다가 곤드레가 덤이라니, 소확행도 이런 소확행이 있을까. 오른쪽 위에 있는 ‘투자하기’ 버튼을 슬며시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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