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저주토끼’ 부커상 아쉬운 고배…수상작 ‘모래의 무덤’(종합)

인도 작가 기탄잘리 슈리에게 돌아가
80세 여성의 모험적 삶 소재
정 작가 6월초 귀국, 당분간 번역 집필 매진
  • 등록 2022-05-27 오전 7:53:49

    수정 2022-05-27 오전 8:03:29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인도 작가 기탄잘리 슈리의 소설 ‘모래의 무덤’(Tomb of Sand)이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정보라(46) 작가의 ‘저주토끼’(Cursed Bunny) 최종 수상은 아쉽게 불발됐다.

부커재단은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이벤트홀인 원메릴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지탄잘리 슈리의 ‘모래의 무덤(Tomb of Sand)’을 2022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책을 번역한 데이지 록웰도 함께 수상했다.

복수를 주제로 다룬 정보라 작가가 쓴 소설집 ‘저주토끼’의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이 불발됐다.
‘모래의 무덤’은 이 부문 17년 역사에서 힌디어로는 처음으로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으로, 최종 수상의 영예까지 안았다. 아직 한국어로는 출간되지 않았다. 작품은 인도 북부에서 80세의 한 여성이 남편의 죽음으로 깊은 우울증에 빠진 뒤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기 위해 나서는 여정과 그 과정에서 딸이 느끼는 혼란을 담았다.

부커재단은 “종교, 국가, 성별을 막론하고 국경의 파괴적 영향에 대한 긴급하면서도 매력적인 항의”라고 소개했다. 1957년 출생인 기탄잘리 슈리는 대학에서 인도 현대사를 전공하고 세 편의 소설과 여러 소설집을 냈다.

기탄잘리 슈리는 “부커재단에서 연락이 왔을 때 믿기지 않았다”며 이 작품을 펴낸 출판사 틸티드 액시스를 운영하는 데보라 스미스와 데이지 록웰 번역가, 가족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데보라 스미스는 2016년 이 부문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했다.

2016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 부커상 수상의 기대를 모았던 정 작가의 소설집 ‘저주토끼’는 아쉬운 고배를 마셨다. 2017년 아작 출판사를 통해 국내 출간된 작품은 지난해 안톤 허(본명 허정범·41)의 번역을 통해 해외 독자들과 만났다. 2021년 영국 혼포드 스타(Honford Star) 출판사를 통해 처음 해외에 소개된 이후 총 18개국에서 번역 출판 계약했으며, 한국의 장르 문학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정 작가는 6월 초 일정을 마치고 귀국 후, 당분간 밀린 번역과 집필 작업에 매진할 예정이다.

부커재단은 26일 밤(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 이벤트홀인 원메릴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인도 작가 기탄잘리 슈리의 ‘모래의 무덤’(Tomb of sand)을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호명했다(사진=부커상 홈페이지).
앞서 부커재단은 지난달 7일 ‘저주 토끼’를 포함한 최종 후보작 6편을 공개하면서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를 활용해 현대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참혹한 공포와 잔혹함을 이야기한다”고 ‘저주 토끼’에 대해 소개했다.

저주토끼는 이번 시상식에서 슈리의 ‘모래의 무덤’을 비롯해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올가 토카르추크(폴란드)의 ‘야곱의 책들’(The Books of Jacob), 욘 포세(노르웨이)의 ‘새로운 이름’(A New Name), 가와카미 미에코(일본)의 ‘천국’(Heaven), 클라우디아 피네이로(아르헨티나)의 ‘엘레나는 안다’(Elena Knows) 등 세계 유명 작가들의 5개 작품과 경쟁했다.

한편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며 2019년까지 맨부커상으로 불렸다. 2005년 신설된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하며 작품에 공동 기여한 작가와 번역가에게 상금(5만 파운드·한화 약 8000만원)을 균등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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