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지원비 느는데…' 농협생명, 실적악화에 속앓이

작년 3분기 순이익 72% 줄었는데
농업지원사업비는 3년새 2배 늘어
금융당국도 지출내역 예의 주시
  • 등록 2019-02-08 오전 6:00:00

    수정 2019-02-08 오전 10:50:41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농협금융지주의 보험 계열사인 NH농협생명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순이익이 곤두박질하는데 농협중앙회에 내는 농업지원사업비(브랜드 사용료)가 껑충 뛰어서다. 금융감독 당국은 순이익 악화에도 브랜드(명칭)사용료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자본건전성 훼손이 우려되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농협생명, 농업지원사업비 1년 새 100억 ‘껑충’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생명이 지난해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 낸 농업지원사업비는 628억원으로 1년 전(526억원)보다 100억원가량 늘었다.

지역 농협(단위 농협)의 중앙회 본부인 농협중앙회는 농협법에 따라 농협 이름을 사용하는 법인에 매출액의 최대 2.5% 범위에서 농업지원사업비를 받고 있다. 농협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돈을 걷어서 조합원인 농민 지원에 쓰는 것이다.

농협생명이 속앓이를 하는 것은 회사 경영이 녹록지 않은 데 중앙회에 납부하는 사업비가 줄기는 커녕 빠르게 불어나고 있어서다. 농협생명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68억원으로 전년동기(951억원) 대비 71.8% 급감했다. 반면 중앙회에 내는 농업지원사업비는 2015년 302억원에 불과했지만 작년 600억원을 돌파하며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이는 이 사업비를 회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이 아닌 매출액을 기준으로 부과하기 때문이다.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은 직전 3년 동안의 매출액이 연평균 10조원을 넘는 회사의 경우 1.5~2.5%를 적용한다. 연평균 매출액 3조~10조원인 자회사는 부과율이 0.3~1.5% 미만, 3조원 미만은 0.3% 아래로 내려간다. 농협생명은 부과율을 계산할 때 매출액에 해당하는 보험료 수입·투자 수익·재보험 수익 등이 총 10조원을 넘어 가장 높은 부과율을 적용받고 있다. 장기 보험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생명보험사 특성상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덩달아 중앙회에 내는 돈도 증가한 것이다.

농협금융지주에서 농협생명과 같은 부과율을 적용하는 것은 NH농협은행뿐이다. 농협생명과 같은 보험 계열사인 NH농협손해보험은 1.5%, NH투자증권은 0.31%를 부담할 뿐이다.

금융감독당국도 농협금융 사업비 예의주시

농업지원사업비 급증으로 농협생명의 자본 적정성에도 빨간불이 켜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농업지원사업비는 회사의 영업 외 비용으로 잡혀 순이익과 자본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재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06.7%로 석 달 전보다 1.7%포인트 내려갔다. RBC 비율은 보험사가 신용·운영 위험액 등을 고려해 필요로 하는 자기자본(요구 자본) 대비 예상치 못한 손실 발생 시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지급 능력(가용 자본)의 비율을 가리킨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이 좋다는 뜻이다.

농협생명의 RBC 비율은 금감원 권고 비율인 150%를 넘긴 하지만 생명 보험사 전체 평균(272%)보다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오는 2022년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등에 따라 보험사의 회계 처리 및 자본 적정성 평가가 강화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안심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당국도 농협생명의 농업지원사업비 지출 내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017년에도 농협생명에 중앙회 지원 비용 부담을 줄이는 자구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금감원이 지난해 11월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을 대상으로 종합 검사에 착수하며 농업지원사업비가 도마 위에 오르리라는 관측도 있었다. 작년 10월 국회 국정 감사에서는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5년간 농협은행이 농협중앙회에 낸 명칭 사용료(농업지원사업비)가 1조6263억원으로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하자 윤석헌 금감원장도 “저희도 공감한다”고 밝힌 바 있어서다. 농협금융지주의 계열사가 농협중앙회에 낸 전체 농업지원사업비도 지난해 3857억원으로 1년 전(3628억원)보다 200억원 이상 불어난 상태다. 농협 관계자는 “농민 지원이라는 농협의 정체성과 금융회사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감독당국 간 접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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