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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지난 17일 경기도 판교에 자리한 정보·통신(IT)회사인 마이다스아이티 사무실. 잠시 후 노트북 화면이 파란색으로 변하더니 “안녕하세요. 마이다스 아이티 인공지능(AI) 면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음성이 나왔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이나 영어 말하기 시험 때 컴퓨터로 시험을 본 적이 있지만 면접은 처음이었다. 사람을 마주한 면접에선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긴장감이 느껴졌다.
AI가 사람을 평가한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AI면접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은 채용 비리에 대한 우려를 덜기 위해 청탁이 통하지 않는 AI를 면접관으로 내세운 것이다. AI면접 프로그램 제작사인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올해 공개채용에서 AI면접을 활용한 기업은 국민은행과 한미약품 등 100곳을 웃돈다. 자기소개와 인성검사, 적성 퀴즈, 심층 면접 순서로 AI면접을 직접 체험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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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면접은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다. 면접 장소에 줄서 기다릴 필요 없이 지원자는 면접 시간에 맞춰 자유롭게 면접에 임할 수 있다.
이승훈 마이다스아이티 기술연구소 HR솔루션 개발팀장은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나오는 지원자의 민낯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인공 지능 면접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자기소개 후 인성검사가 이어졌다. 빠른 시간 안에 본인의 성향을 답하는 시험이다. ‘나는 성취 의욕이 높다’는 질문에 ‘그렇다’ 혹은 ‘그렇지 않다’로 답했다. 60초 동안 60문제에 답해야 하기에 생각할 시간이 없다. 본능적으로 클릭해야 시험을 마칠 수 있다.
‘나는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는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순간 ‘아차’ 하는 마음에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바로 미소를 보였다. AI가 문제 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이후 ‘AI면접의 꽃’이라는 심층 면접이 이어졌다. 주어진 특정 상황에 지원자는 직접 육성으로 답해야 한다.
AI는 “마음에 드는 이성과 함께한 소개팅 자리에서 지갑을 두고 왔다. 계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친한 친구에게 대신 결제해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인근에 있다면 와달라고 부탁하고 이자와 함께 계좌이체를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당황스러운 질문에 평소 상황을 떠올려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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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AI면접에서 받아든 점수는 51점(B등급)이었다. 결과지에는 ‘공감을 하는’ ‘분별있는’ ‘체계적인’ ‘비난하는’ ‘규칙을 어기는’ 등의 성향이 적혀 있었다. AI 면접관은 결과보고서에서 “역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보통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연구·개발 직군의 고 성과자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90%의 적합도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AI면접을 바라보는 취업준비생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인공지능이 공정하게 평가할 것이라는 기대와 수험생들의 부담만 늘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금융권 입사를 준비 중인 서민주(25)씨는 “AI면접은 정량화된 점수가 나오는 만큼 수험생들도 자신의 면접 점수를 확실하게 알 수 있고 기업도 이에 맞춰 채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도입 초기인 만큼 AI면접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공기업을 준비하는 이모(27)씨는 “새로운 전형이 생기면 취업준비생들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경험담을 보면서 가상 연습을 해보는 수밖에 없어 답답하기도 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