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손정민 父, ‘익사’ 판정에 “아들은 물 싫어하고 무서워했다”

  • 등록 2021-05-14 오전 7:23:20

    수정 2021-05-14 오전 7:36:42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22) 씨의 사인이 익사로 밝혀진 데 대해 부친 손현(50) 씨가 ‘아들이 생전에 물을 싫어했다’는 글을 올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 손정민 씨와 친구 A씨를 사고 현장에서 보았다는 목격자 2명이 실종 당일 오전 2시18분께 찍은 사진. (사진=연합뉴스TV)
손씨는 14일 오전 자신의 블로그에 ‘물을 싫어했던 아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어제 사진이 제보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술 9병이 등장했다”며 “둘이 술을 산 것은 이미 경찰에 다 자료가 있는데 왜 하필 그날 2시18분 사진이 공개되자 술 얘기가 나왔을까요?”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가 언급한 사진은 사건 당일 정민 씨와 친구 A씨를 사고 목격한 사람이 촬영해 제보한 사진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진에는 정민 씨로 추정되는 남성이 누워 있고, 바로 옆에는 야구점퍼를 입은 A씨가 가방을 멘 채 앉아 있다.

이어 손씨는 한 매체의 보도에 대해 “괴롭다. 친구가 심하게 비틀거리는 것을 강조, 참..”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술을) 많이 마신 아들이 물에 직접 들어가기 쉬웠을까요?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 걸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우리 아들이 얼마나 물을 싫어하고 무서워하는지 사진이 있다. 친구들은 다 맨발인데 혼자 신발을 신고 있다”며 정민 씨의 생전 사진을 한 장 공개했다.

사진에는 바닷가에서 정민 씨가 일행 6명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일행은 신발을 벗은 채 발을 물에 담그고 있지만, 정민 씨만 혼자 운동화를 신은 상태도 모래 위를 밟고 있다.

손씨는 “아들의 시신에서는 신발이나 양말도 없는 것 같았다”며 “부검해야 하니 직접 확인할 수 없어서 둘러싼 포 위로 만져본 촉감으로는 그랬다. 신발이야 벗겨진다 해도 양말까지 벗겨진 건지 이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경찰발표에서 그 술을 다 마셨는지 알 수 없다고 하실 때 정말 고마웠다”며 “오늘도 우리 아들은 수많은 의혹을 낳고 있다. 그래도 보고 싶다 아들”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손정민 씨의 부친 손현 씨가 지난 8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정민씨를 기리기 위해 놓인 조화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앞서 지난 13일 서울경찰청은 정민 씨의 사망 원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부검 감정서를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과수는 부검 당시 정민 씨의 머리 부위에서 발견된 2개의 상처는 사인으로 고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날 손씨는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국과수 부검 결과에 대해 “예상했다”며 “부검에 들어가기 전 담당 형사분들이 (사인이) 익사라고 했을 때부터 어떻게 물에 들어갔는지는 국과수에서 규명할 수 없다고 그랬다”고 밝혔다.

또 그는 “우리 아들이 어떻게 물에 들어갔는지 밝히는 것이 궁금할 뿐”이라며 “그건 꼭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기대가 제게 유일한 힘이고 무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시간을 특정할 수 있거나 무엇인가 규명할 수 있는 결정적 제보가 필요한 시기”라며 “아들이 물에 들어간 순간을 혹시 찍은 사진이 있거나 목격한 분이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며 “너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정민 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0시30분께 집을 나서 친구인 A씨와 반포한강공원 잔디밭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술을 먹다가 실종됐고, 같은 달 30일 반포한강공원 한강 수상 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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