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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법원에서 약물치료 청구가 기각된 성범죄자 176명 중 19명(10.8%)은 출소 후 2년 내에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약물치료는 성범죄 재범 위험성을 약 92% 낮춘다”며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고 약물치료를 받지 않은 집단에선 동종 재범이 훨씬 빠르게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약물치료는 성충동의 원인인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대폭 억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약물치료 대상자 21명의 평균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0.27ng/ml로 일반 성인남성 수치인 3~9ng/ml에 비해 매우 낮았다. 치료의 목표 수치는 0.5ng/ml 이하다.
아울러 약물치료 대상자 대다수는 설문조사에서 치료를 통해 △야한 생각 감소 △성행위 욕구 감소 △강간하고 싶은 생각 감소 등 심리적 효과가 있었으며, △자위 횟수 감소 △야동 시청 감소 △가족과의 갈등 감소 △인간관계 개선 등 일상생활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고 응답했다.
또 치료 대상자들은 열성홍조, 체중 증가, 식은땀 등 가벼운 부작용을 겪기는 했으나 색전증, 간 기능 장애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 보고서는 비뇨기과 전문의 의견을 인용해 호르몬제 처방에 따른 일부 신체적 반응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약물치료제도 묵히는 검찰·법원…적용기준 까다롭고 인권논란 의식
2011년 이후 검사가 약물치료 명령을 청구한 사건은 총 68건이며 이 중에서도 법원이 청구를 받아들인 사건은 28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매년 성범죄자에게 약 1000건의 전자감독명령을 청구하고 법원은 이 중 360여건을 인용하는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검찰이 치료명령 청구에 소극적인 이유로 △지나치게 엄격한 자체 청구기준 △전자감독 제도 의존 △정신감정 과정에 따른 사건처리 지연 등을 제시했다. 실제로 검사가 치료명령을 청구하려면 의료전문가를 통해 범죄자의 성도착증 진단을 받아내야 하고 성범죄 재범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아울러 법원은 △약물치료 인권침해 논란 △보안처분으로서의 비 선호성 △대체할 처분 존재 등 요인 때문에 약물치료 명령에 소극적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치료감호와 약물치료는 요건이 동일한데도 치료감호는 인용하면서 약물치료는 기각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며 “법원이 약물치료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또 “현재 사용되는 성도착증 진단 기준은 ‘이상 대상에 대한 성행동’이 핵심인 탓에 성인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 성범죄엔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며 “성도착증 진단 대상 및 약물치료명령 대상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