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7월 12일, 당시 이 대표와 함께 바른미래당에 몸담았던 박종진 아이에이치큐 총괄사장이 JTBC ‘썰전’에서 한 말이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만든 시점이었다.
“당 대표가 돼 두 계파를 묶어내겠다”고 말한 이 대표를 향해 박 사장은 “이준석은 당 대표가 될 수 없다. 제가 찍으면 두 표(박종진·이준석) 나온다”며 “이준석이 돈(기탁금) 날리는 것이다. 막고 싶다”고도 했다. 당시 이 대표는 “세력 구도상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했지만 박 사장은 “국민의당 출신이면 가능성이 있는데, 나이가 어리다는 평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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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이 대표는 “저는 전업 정치인이기 때문에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한다”며 “제게 주어진 사명이 있다면 보수를 젊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 대표 돼서 박종진 비서실장 거느리겠다”며 “비서실장 임명장을 택배로 보내겠다”고 응수했다.
3년 뒤 ‘0선’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헌정 사상 첫 30대 당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는 1985년생으로 올해 36세다.
이에 박 사장은 한 매체를 통해 “이 대표에게 3년 전 약속을 지키겠다”며 “문자로라도 ‘준석아 업어줄게’라고 보내겠다”고 했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국민”
당 대표 수락 연설문부터 달랐다.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춰질 것이고, 이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입니다”
당 안팎에서 자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경선 과정에서도 이른바 ‘젊은 꼰대’, ‘이대남(20대 남성) 정치’에 대한 우려가 표출됐었다.
국민의힘 대표 선거에 나섰던 김은혜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해 “(공부 잘하는) 상위 1%로 살아온 후보와 다름없는데, 저는 99%의 삶도 돌아봐야 그게 제1야당 대표 선거의 의미”라며 “능력주의자 시선으로 보면 모든 게 불공평해 보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든 청년이 이준석 후보는 아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었다. 주호영 후보도 이 대표의 ‘아빠 친구’를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2004년 2개월간 아버지 친구인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유승민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했기 때문이다. 이후 26세 때인 2011년 12월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비대위원으로 발탁되면서 ‘박근혜 키즈’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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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맥락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 11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준석 현상이 극우 표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흐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출발 자체가 ‘이대남’의 적대감에서 시작된 측면이 있다”며 “(현재) 그렇다는 게 아니다”라며 “(극우 포퓰리즘으로 가지 않도록) 관심권에 넣어둘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
우려와 기대는 이 대표만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이 대표의 당선으로 하루 새 ‘젊은 보수, 진보 꼰대’로 뒤바뀔 처지에 놓인 더불어민주당에선 보수의 변화를 반기면서도 긴장감을 내비쳤다.
당내 청년정치인으로 분류되는 김한규 전 법률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이번 대선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의 대선 캠프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히며 이 대표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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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경쟁 정당인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를 위해 새로운 인물과 변화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이준석 당 대표라는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 그렇기에 이준석 후보의 담론에 대해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다른 가치를 이야기하더라도 별다른 반향이 없을 것”이라며 “내용이나 방향성에 관계없이 보수정당이 뭔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상당한 긴장감을 갖게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변인은 “상황이 이러한데, 민주당의 젊은 정치인들이 각자 지지하는 대선 캠프에 들어가 경쟁하는(우리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보일까, 대선 본선에는 도움이 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각 경선 캠프 차원의 경쟁도 필요하지만, 결국 우리는 본선에서 승리해야만 한다. 본선은 후보의 개인전이 아니라 단체전이 돼야한다”며 “누군가는 지금부터 청년층을 비롯하여 민주당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끼시는 기존 지지층들이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고, 누가 최종 후보가 되든지 그러한 고민의 결과물을 전달하여 정책에 연결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전 대변인은 “지금의 긴장감을 긍정적으로 풀어내고 싶다”며 “재보궐선거 이후부터 계속 주변과 나누어 왔던 고민이고,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