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美연준 눈치보기 바쁜 한국은행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입 따라 금리 우왕좌왕"
  • 등록 2017-03-14 오전 5:30:00

    수정 2017-03-14 오전 5:30:0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김기자는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누가 정한다고 생각하나요.”

이 무슨 술이 확 깨는 얘기인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 아니냐”고 했더니, 마주앉은 한 경제연구원의 A 임원은 알듯 모를듯 웃는다. “저는 청와대가 기준금리를 정한다고 봐요.” 한은 사람들이 들으면 아연실색할 소리다. 그런데도 기자는 “설마 그럴까”라고만 했다. 딱히 반박하지는 못했다.

이주열 총재 취임 당시 2.50%(2014년 4월)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1.25%. 경제성장률만 보자면 이상할 게 없다. 2014년 2분기 성장률은 0.6%였고, 그 이후 분기 성장률이 1.0%를 넘은 건 한 차례(2015년 3분기)였다. 경기가 반등하지 않을 때 완화 정책을 쓰는 건(기준금리를 내리는 건) 당연한 조치다.

그런데 두 차례씩 인하했던 2014년과 2015년만 경기가 고꾸라졌냐면, 그건 아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4%.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제 채권시장 인사들은 “경기만 보면 지금은 인하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한은이 ‘그때’는 내리고 ‘지금’은 안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A 임원은 지난해 언젠가부터 정권의 힘이 빠졌고, ‘매파(통화긴축 선호)’ 한은도 목소리를 냈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또다른 변수는 미국이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달라진 건 미국의 기조다. 갑자기 금리 인상 모드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달간 조용하던, 그러니까 ‘두루뭉술하다’는 비판 속에서도 기준금리 동결 신호를 주기 위해 애를 썼던 이 총재도 최근 ‘강한 톤’의 언급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발언이 세지니 급하게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이 총재가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만한 변화”(지난 6일 임원회의)라고까지 한 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는 15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더 빠른 금리 인상을 암시한다면, 한은도 더 부산해질 것이다.

한은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한은은 엄연한 정책당국이다. 정부와 어느정도 발을 맞춰야 하는 게 맞다. 연준은 전세계 중앙은행의 ‘큰 형님’이다. 이를 고려하지 않기는 어렵다.

그래도 그 정도는 있는 법이다. 눈치 빠른 시장 사람들부터 한은을 외면하고 있다. 한 인사는 “귀 기울여도 득 될 게 없다”고 했다. ‘한은의 목소리’가 있어야 맞춰서 움직일 텐데,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시간에 차라리 다른 변수를 살피겠다는 것이다. 한은 입장에서는 뼈아플 수 있는 얘기다.

이제 두 달만 지나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미국이 올해만 금리를 네 번 올릴 수도 있다. 한은도 시장 인사들과, 또 일반 국민들과 함께 우왕좌왕 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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