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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장모(26)씨는 “감원 결정 공고문이 붙은 뒤로는 경비 아저씨와 눈조차 마주치기 어색해 피한다”며 “개인적으론 (감원에)반대했지만 찬성 결정이 났으니 어쩌겠느냐”고 말했다.
장씨가 19년째 거주하고 있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14단지 각 동 현관에는 이달 초 경비원 감원 결정 공고문이 나붙었다.
지난달 14~24일 ‘경비 구조조정 동별 주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24개 동 가운데 4개 동이 ‘입주자 3분의 2 찬성’ 조건을 충족해 해당 동에 대한 경비원 감원 건이 입주자 대표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지난달 30일 열린 입주자 대표회의 월 정기회의에서 ‘경비비 구조조정 승인 건’은 재적 인원 25명 중 18명이 참석해 찬성 16·반대 1로 통과됐다.
전체 2070세대인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14단지에서 일하는 경비원 수는 총 128명.
이중 주민들이 감원을 결정한 4개 동 경비원 16명 중 절반인 8명은 내년 1월 일자리를 잃게 됐다.
내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올해보다 16.4%나 올라 다른 경비원들은 수혜를 입지만 이들은 대신 직장을 잃은 셈이다.
전체 2070세대 중 설문에 참여한 곳은 1654세대(79.9%)다. 동별로 보면 반대가 찬성 많은 곳은 24개 동 중 6개 동에 불과했다.
감원을 결정한 동에서 일하는 경비원의 업무량은 내년부터 두 배로 늘어난다. 지금은 경비원이 출입구 하나씩만 맡았다면 이제는 두 곳의 안전과 경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아파트 관리 소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구조조정에 찬성한 입주민들은 ‘인건비 부담 탓에 이웃처럼 지낸 경비원을 해고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는 따가운 시선이 억울하다.
감원은 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1987년 완공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14단지 대부분 동은 출입구가 두 곳이지만, 일부는 1곳이나 3곳이다. 24시간 경비 근무 특성상 동 출입구 수에 따라 적게는 2명에서 최대 6명이 일한다.
입주민들은 지난 30년간 관리비 총액을 세대 수로 나눠 똑같은 금액을 내왔다. 근무하는 경비원 수가 적은 동 입주민들이 “면적이 크고 출입구가 여럿인 동 입주민들이 더 많이 내야 한다”며 불만이 많았다.
법원은 “아파트 전체 관리비를 입주민 수대로 똑같이 나눠 내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입주민 측 손을 들어줬다. 관리사무소는 항소했지만 지난 8월 2심에서도 패소했다.
지난 9월부터 동별로 관리비를 따로 계산해 납부했지만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평수는 비슷하지만 동별로 납부해야 할 관리비에 차이가 생기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예를 들어 같은 20평(66.1㎡)이라도 120세대·출입구 2곳인 동 입주민과 116세대·출입구 1곳인 동 입주민이 납부하는 관리비는 각각 7만 8000원과 3만 3000원으로 4만 5000원 차이가 난다. 관리비 동별로 구분해 관리비를 내면서 이전보다 관리비가 오른 데다 내년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자 입주민들이 결국 ‘경비원 감원’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한 입주민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관리비가 크게 올라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경비원 인건비가 더 오른다니 무조건 고용을 보장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매몰찬 이기주의로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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