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KB국민은행 강동·송파영업그룹 본부에서 만난 이상섭(57) 선임팀장은 지난 2007년부터 10년간 기업금융을 맡았던 당시 한해 400억~500억원가량의 실적을 올린 베테랑이다. 강동구 전체 여신유치 실적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여느 은행원처럼 2016년 1월 임금피크에 들어갔지만 다소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 팀장은 국민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임금피크 대상 직원들에게 도입한 ‘마케팅 직무’를 스스로 선택해 영업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팀장은 33년 동안 쌓은 영업노하우를 토대로 올 상반기 100억원에 이어 하반기 들어서도 45억원의 기업금융 실적을 올렸다. 이 같은 실적에 힘입어 그는 직전 직급인 지점장·점포장(L3) 직군 연봉의 최대 150%가 넘는 고임금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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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은 지난 2015년 5월 선택지가 이 둘뿐인 종전 임금피크제를 개선해 세 가지 길을 열었다. 아웃바운드 마케팅 추진을 수행하는 ‘마케팅 직무’ 보상 체계를 새로 만든 것이다. 기본급은 임금피크 일반직의 약 50%에 해당하나 개개인의 목표에 따른 수익실적에 비례해 성과급을 지급한다.
‘아웃바운드 마케팅’은 윤종규(사진)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014년 11월 첫 취임한 이후 이듬해 조직개편을 통해 전(全) 지점 여신을 코칭하고 증대하고자 신설한 사업부문이다. 이 시기 임금피크도 다시 손봐 마케팅 직무를 창설하고 영업력이 탁월한 직원의 퇴사가 아닌 행 내 남아 후배들에게 영업 노하우를 전수하게 했다. 윤 회장 역시 뛰어난 수익실적으로 임원보다 많은 고액연봉자가 된 마케팅 직무 담당자 사례를 전국 지점장 회의에서 여러 번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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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민은행은 아웃바운드 마케팅에 있어 마케팅 직무에 더해 ‘마스터 RM(Relationship Manager)’도 시작했다. 약 18명의 마스터 RM은 영업점 RM과의 페어링(인접 점포 간 묶음 영업)을 통해 임금피크·현업 사이 ‘코워크(Co-worker)’ 플레이로 기업금융 ‘원 펌(One Firm·하나의 회사), 원 KB(One KB·하나의 KB)’를 구현하고 있다.
윤 회장이 기업금융에 대한 체질개선을 꾀한 결과 과거 소매금융 강자라는 이미지를 벗고 기업금융 강자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말 국민은행은 기업대출(105조2123억원) 100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말(97조4583억원) 대비 7.96%(7조7540억원) 증가하며 여신 포트폴리오를 ‘50대 50’(가계 55.22%·기업 44.78%)으로 조정 중이다. 지난달 말까지 가계대출(138조7309억원) 54.42%, 기업대출(116조2083억원) 45.58%로 각각 집계됐다. 올 들어 기업대출을 무려 10조9960억원(10.45%)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