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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3월 외도가 의심되는 남편 C씨와 별거 후 그해 4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이 무렵 A씨는 외도 상대로 보이는 여성이 거주하는 원주의 한 아파트 상가 편의점에서 남편의 카드 사용 흔적을 발견했다.
이에 A씨는 확실한 외도 증거를 잡기 위해 동생 B씨와 함께 4월 10일 오후 11시 56분께 열쇠 수리공을 불러 주차된 남편의 차량 문을 강제로 열고 그 안에서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 1개를 훔쳤다.
자매는 재판에서 “차량을 평소 A씨가 운행해왔기 때문에 남편의 소유라 볼 수 없고, 차 안에 설치된 블랙박스와 메모리 카드도 자신의 것”이라며 “메모리 카드 저장 영상을 확인하기 위해 가지고 나온 것으로 불법영득의사도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유죄로 판단했다. A씨가 별거 당시 집을 나올 때 차량과 열쇠를 주거지에 그대로 뒀고, 차량 명의나 자동차 종합보험도 남편의 명의로 가입된 이상 차량과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 모두 차량 소유자인 남편의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A씨 자매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는 범행에 대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의 부정행위가 피고인들이 범행에 이르게 된 데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자동차 권리권 침해나 메모리 카드 절취에 대한 위법성 인식이 다소 미약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들에겐 아무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