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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열여섯 살 때 출가를 결심했다가 스님의 거절로 곧 깨달았죠. 수단에 집착하고 있다는 걸요. 음악으로도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충분히 자유를 찾을 수 있는데 말이죠. 그때 나를 지탱하도록 도와준 것이 피아노였어요.”
평범하지 않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피아니스트 임현정(31)이다.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 ‘유튜브 스타’ 같은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바로 그다. 임현정은 오는 2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고국에서 2년 만에 갖는 독주회다.
25일 광화문에서 만난 임현정은 “외부적인 돈, 명예, 성공이나 외모 같은 것들이 군더더기로 느껴지더라. 그때 나를 자유롭게 해준 게 피아노였다. 음악이 나를 구하고 지탱해줬다”고 회상했다.
“제 사명감은 작품과 청중 사이에서 메신저가 되는 거예요. 작곡가 삶의 본질이 담겨 나온 게 음악 작품이라면 연주자로서의 나의 본질이 만나는 거죠. 이를 전달하는 해석자로 저를 바라보게 됐어요.” 서른이 되고 나니 여유로워졌다고도 했다. 그는 “‘나이듦’은 음악인으로서 축복이라고 느껴진다. 여유로움도 생겼고, 여러 가지 면에서 수월하게 다가오고 추구하는 폭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독주회에서는 슈만의 ‘사육제’와 브람스 ‘8개의 피아노 소품’ 등을 선보인다. 이번 연주곡들은 “숙제를 끝내면 꼭 해야지 하고 아껴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진정한 피아니스트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바흐 평균율 전곡 등을 새벽에 깨도 눈 감고 연주할 정도로 소화해놓는 게 의무이자 숙제라 여겼다”며 “이번 곡은 숙제를 끝내고 하는 진정한 럭셔리(사치)이자 오락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단 몇 명이 모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음악회는 2000명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모여 아름다운 소리를 듣기 위해 침묵을 하고 앉아있어요. 그 자체로 정말 아름다운 일이죠. 저는 약 4000시간을 청중에게 선물받은 셈이에요. 그 시간을 가장 아름답게 하는 일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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