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출가 결심했지만 피아노 통해 '자유' 찾았죠"

2년만에 독주회 여는 피아니스트 임현정
내달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중학교 1학년 홀로 프랑스 유학길
한때는 출가 비구니로 살자는 결심도
"피아노 연주가 내 사명, 청중 사이 메신저”
  • 등록 2017-01-26 오전 6:00:00

    수정 2017-01-26 오전 6:49:23

2년만에 고국에서 독주회를 여는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25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열여섯 살 때 출가를 결심했다가 스님의 거절로 곧 깨달았죠. 수단에 집착하고 있다는 걸요. 음악으로도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충분히 자유를 찾을 수 있는데 말이죠. 그때 나를 지탱하도록 도와준 것이 피아노였어요.”

평범하지 않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피아니스트 임현정(31)이다.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 ‘유튜브 스타’ 같은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바로 그다. 임현정은 오는 2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고국에서 2년 만에 갖는 독주회다.

25일 광화문에서 만난 임현정은 “외부적인 돈, 명예, 성공이나 외모 같은 것들이 군더더기로 느껴지더라. 그때 나를 자유롭게 해준 게 피아노였다. 음악이 나를 구하고 지탱해줬다”고 회상했다.

고국에서의 무대는 늘 꿈같다. 임현정은 “그래서 무대에 서면 눈물이 난다”며 웃었다. 열세 살에 홀로 프랑스 유학을 떠나 콩피에뉴음악원과 루앙 국립음악원에서 실력을 다졌다. 열일곱에는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 최연소 입학, 3년 만에 수석 졸업장을 따냈다. 2009년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주로 연주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서 25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콩쿠르 입상 경력이 없었음에도 단박에 세계적 유명세를 얻었다. 2012년엔 베토벤 소나타 전곡 앨범을 발매해 빌보드 클래식과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에 올랐다.

“제 사명감은 작품과 청중 사이에서 메신저가 되는 거예요. 작곡가 삶의 본질이 담겨 나온 게 음악 작품이라면 연주자로서의 나의 본질이 만나는 거죠. 이를 전달하는 해석자로 저를 바라보게 됐어요.” 서른이 되고 나니 여유로워졌다고도 했다. 그는 “‘나이듦’은 음악인으로서 축복이라고 느껴진다. 여유로움도 생겼고, 여러 가지 면에서 수월하게 다가오고 추구하는 폭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독주회에서는 슈만의 ‘사육제’와 브람스 ‘8개의 피아노 소품’ 등을 선보인다. 이번 연주곡들은 “숙제를 끝내면 꼭 해야지 하고 아껴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진정한 피아니스트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바흐 평균율 전곡 등을 새벽에 깨도 눈 감고 연주할 정도로 소화해놓는 게 의무이자 숙제라 여겼다”며 “이번 곡은 숙제를 끝내고 하는 진정한 럭셔리(사치)이자 오락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2016년 프랑스에서 출간한 에세이집 ‘침묵의 소리’(알방 미셸)가 같은 해 10월 한국(청미래 출판)에서 발간된 것을 기념해 어른·중고등학생들을 대상을 여러 차례 토크콘서트를 가졌다며 흥미로워 했다. 이탈리아 팔레르모 대학교, 스위스 프리부르와 뇌샤텔 주 중·고등학교에서도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임현정은 “이번 공연은 물론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웃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단 몇 명이 모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음악회는 2000명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모여 아름다운 소리를 듣기 위해 침묵을 하고 앉아있어요. 그 자체로 정말 아름다운 일이죠. 저는 약 4000시간을 청중에게 선물받은 셈이에요. 그 시간을 가장 아름답게 하는 일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아니스트 임현정(사진=P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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