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저승사자’ 공정위 조사국 부활…범 4대 그룹 타깃

  • 등록 2017-04-13 오전 5:29:58

    수정 2017-04-13 오전 5:29:58

[이데일리 김상윤 성세희 기자]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경제비전 ‘사람경제 2017’(일명 제이노믹스)을 내놓았다.이른바 문재인표 경제, 즉 ‘제이(J)노믹스’다. 모토는 ‘더 공정하고, 더 효율적인 경제’다.

경제적 강자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한 운동장’으로 만든 뒤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판단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 기능 강화다.

특히 공정위의 기능 중 대기업 전담 조사 강화가 핵심이다. 과거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의 부활’로 읽힌다. 문 캠프의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공정위 전면 개혁과 관련해 “과거 공정위 조사국 조직처럼 (대기업) 조사 기능을 강화하고 기업 갑질과 소상공인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사실상 기업활동을 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강력 반발했다.

대기업 조사 ‘별동대’…“범4대 그룹 타깃”

국민정부, 참여정부 시절 존재했던 공정위 조사국은 다른 일반 부서가 벌이기 어려운 대규모 기획, 직권조사를 주로 맡았다. 주요 업무는 대기업 내부거래를 차단하면서 경제력 집중을 막는 것이다. 일종의 별동대 형식으로 신속하게 30~40명의 인력을 대거 투입해 불공정행위를 집중 조사했다. 당시 검찰 조직으로 치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경찰청 특수수사과와 위상이 비슷할 정도로 공정위 내부에서 위세가 대단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2005년 12월 조사국을 폐지하고 시장감시본부와 카르텔조사단으로 재편했다. 재계에서 공정위의 제재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한 결과 일부 패소 판정이 나오면서 공정위가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거셌던 시기다. 공정위는 시장감시본부는 일감 몰아주기 등 계열사 부당 내부거래 규제를, 카르텔조사단은 대기업 담합 행위를 조사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배했다. 조직이 축소됐고, 개별 과에서는 대기업 문제를 집중적으로 볼 수 없는 터라 관련 제재는 줄었던 게 사실이다.

문 캠프는 대기업 경제력 집중 문제가 한계에 다다른 만큼 다시 공정위의 대기업 전담 조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지금처럼 총수일가의 부당이득 등의 방식으로 공정한 시장을 망가뜨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권익 침해 행위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한다면 조사국과 같은 전담 조직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대가 있는 상황이다.

다만 문캠프는 경제력 집중 억제 문제를 과거와 달리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을 비롯해 CJ, 신세계 등 까지 포함한 범 4대그룹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는 그간 “재벌개혁은 4대재벌에 집중해 최상위 그룹에 집중해서 엄격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혀왔다. 2015년 기준 30대 재벌의 자산총액 중 4대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은 51.6%(범4대 65.2%)로 대기업에서도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문제가 큰 범 4대 그룹만 잡겠다는 판단이다.

대기업 반발…“글로벌 경쟁 어떻게 하나”

문제는 조사국 부활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 역시 초기에는 조사국과 비슷한 ‘기업집단국’ 부활을 검토하긴 했다. 당시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현행 조직과 인력으로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등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면서 대기업 제재가 강화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대기업을 지나치게 압박한다는 경제계의 의견 등이 반영되면서 무산됐다.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사실 박근혜 정부는 무늬만 경제민주화를 내세웠지, 실제 행동을 옮길지는 미지수였다”면서 “결국 당선 이후 경제민주화 모토가 사라지면서 없던 일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미 대기업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시대에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기업 ‘때려잡기’ 방식은 구태의연하다는 지적이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규제를 점차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은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가 크다”면서 “이미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상당 부분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기업활동을 하지 말라는 소리와 같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김상조 부위원장은 “기업입장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이 사업에 가장 큰 리스크다”면서 “대기업 전부를 통제하겠다는 게 아니라 4대 그룹의 불공정행위를 집중적으로 보면서 경제력 집중문제를 해소하는 게 방점인 만큼 오히려 산업생태계 차원에서는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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