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매수를 '춘삼월'까진 늦추는 게 좋은 이유

3저호황 상승기, 60일선 깨지면 '큰 조정'…현재 이격도 120%
"펀더멘탈이 너무 좋아서 생기는 문제, G2 '긴축'이 빌미될 수"
코스피, 철저히 수급 매카니즘으로 움직여 '동력' 없어
"3월 양회 전후 中 넘어 글로벌 경기 모멘텀 방향 선회 전망"
  • 등록 2021-01-21 오전 1:30:00

    수정 2021-01-21 오전 8:29:46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연초 최고점을 기록한 코스피가 주춤하고 있다. 올해 기업 실적 전망치는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어 급등에 따른 ‘건강한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저가 매수의 기회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봄이 올 때까진 매수 시점을 늦추는게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 큰 조정이 나타날 여지와 본격적인 실적 모멘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조정’

2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1.89포인트(0.71%)포인트 오른 3114.55에 마감했다. 지난 8일 3152.18로 사상 최고점으로 마감한 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올해는 코스피가 대세적 상승장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 이익의 증가세가 기록적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신흥국으로의 해외 자금 유입과 넘쳐나는 개인 자금 등 풍부한 유동성, 산업구조의 대전환 등 긍정적 요인이 맞물려 있어서다. 이에 현 조정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올 한 해 전체를 놓고 볼 때 매수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게 나을 수 있을 걸로 보인다. 우선 조금 더 큰 폭의 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첫주까지 코스피는 약 2개월간 39.0% 상승했다. 이날 기준 60일과 120일 이동평균선 이격도는 각각 115.17%, 123.07%다. 지난 11일까진 60일 이격도도 120%가 넘었다. 두 이평선이 모두 120%를 넘은 건 3저 호황 때와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이 유일하다. 그만큼 현재 코스피 상승이 급하게 이뤄지고 있단 얘기다.

3저 호황 땐 추세적 상승에 성공했다. 코스피가 오랜 기간 꾸준히 오르며 1000포인트에 안착했다. 중간마다 조정이 있었다. 1985년 100포인트에서 1990년 1000포인트에 도달할 때까지 크게 3차례 나타났는데, 모두 60일 이평선이 깨졌을 때다. 이같은 추이가 재현된다면 최근 코스피의 횡보세는 조정의 전조 정도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조정을 촉발할 만한 요인은 아직 발현되지 않았다. 위기는 미국과 중국(G2)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불어넣는 유동성을 다시 거둬들이기 시작할 때 온다고 전망된다. 국내 증시에서 우려하는 공매도 재개보다 근본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중 펀더멘털 추정치는 더 상향될 것이기 때문에 경제와 실적으로 조정을 잡아내긴 어렵다”며 “반대로 주목해야 할 것은 펀더멘탈이 너무 좋아서 생기는 문제, 즉 긴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 충격을 최대한 주지 않도록 소통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밸류에이션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위기에서 가장 빨리 탈출한 중국 역시 그간 부채 관리에 힘을 쏟았기 때문에 상반기 중 유동성 창구를 조일 수 있는데, 구체적 시점을 정확히 알 순 없다”라고 전했다.

더 큰 ‘동력’

매수시점을 늦춰야하는 두 번째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실물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을 2분기 정도부터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최근 코스피가 3000선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특별한 동력은 없는 상태로 평가된다. 현선물 베이시스를 기준으로 외국인의 차익거래에 따른 기계적 움직임만 포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이슈가 아닌, 철저히 수급적인 매카니즘, 트레이딩 논리에 의해서만 움직이고 있어 해석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관건은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 무게추가 바로 서는 것”이라고 전했다.

무게추란 경기 회복세의 확인이다. 세계 경기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글로벌 경기 모멘텀 지수(주요국 씨티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를 국가별 시가총액으로 나눠 가중평균 한 것)는 순환적 성격이 있는데, 3월쯤 바닥을 찍고 올라올 것으로 전망된다. 3월은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 양회가 예정돼 있기도 하다.

김 연구원은 “3월 양회를 전후한 중국 경기부양과 쌍순환 정책 대응은 중국을 넘어 글로벌 경기 모멘텀 방향 선회의 주동력으로 가능할 전망”이라며 “외국인의 코스피200 선물 60일 누적 순매수 계약 증가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이 가능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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