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공연장 내 촬영은 금지돼 있습니다.”
바야흐로 인증샷 시대. 하지만 뮤지컬을 보러 가면 막상 공연장 안에서는 인증샷을 마음대로 찍을 수 없습니다. 간혹 ‘셀카’ 또는 티켓을 찍는 관객도 있지만, 공연장 안내원(하우스 어셔)이 바로 촬영을 제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객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펼쳐지는 커튼콜도 그렇습니다. 공연은 촬영이 안 되니 커튼콜이라도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하지만 커튼콜 촬영이 허용되는 뮤지컬은 많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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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을 포함해 공연은 배우들의 연기나 음악은 물론 무대, 의상, 소품, 조명 등 모든 것들이 중요한 창작 요소입니다. 무대, 의상, 소품, 조명을 책임지는 스태프에게 ‘감독’ 또는 ‘디자이너’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이들의 고유한 창작물이기 때문에 이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기 위해선 제작사 측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과거엔 해외 유명 공연 영상을 바탕으로 무대 등을 따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작사 입장에선 커튼콜 촬영을 금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더 중요한 이유는 두 번째입니다. 관객이 공연의 여운을 끝까지 가져가길 바라는 의미에서입니다.
커튼콜은 모든 공연이 끝난 뒤 배우들이 무대에 다시 등장해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순간입니다. 커튼콜까지 끝나야 공연도 끝나는 것이라고 말하죠. 일부 뮤지컬은 커튼콜을 공연의 연장선에서 관객과 배우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배우들이 관객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뮤지컬 ‘킹키부츠’가 대표적이죠. 지난해 공연한 뮤지컬 ‘마틸다’에서는 트런치불 교장 역의 배우가 커튼콜이 끝날 때까지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캐릭터를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배우들이 커튼콜도 공연의 중요한 장면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죠.
실제로 몇 년 전 대학로에서 ‘침묵의 커튼콜’을 경험한 적 있습니다. 뮤지컬은 아니고 연극이었는데요. 영화와 드라마 등에 출연했던 유명 배우가 나오는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이 시작됐는데 박수 소리를 듣을 수 없었습니다. 관객들이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카메라로 배우를 촬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게 본 공연이었는데, 공연의 여운이 금세 식어버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일부 뮤지컬은 커튼콜 촬영이 가능할 때도 있습니다. 일명 ‘커튼콜 데이’인데요. 일종의 마케팅 이벤트라고 할까요. 다만 모든 뮤지컬이 ‘커튼콜 데이’를 진행하는 건 아닙니다. 특히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가이드가 엄격해서 커튼콜 촬영을 허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네요.
사실 공연을 보는 이유는 단 한 번 뿐인 그 순간을 경험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시대지만, 공연장에서만큼은 잠시 그 마음을 접어두고 오롯이 무대에 빠져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인증샷은 공연장 로비에서 남겨도 충분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