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가격 올려도 제때 반영 못하는 주유소..경영난 심화

  • 등록 2016-12-27 오전 6:00:01

    수정 2016-12-27 오전 6:00:01

26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의 가격 표시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578.97원이며 서울 시내 최고가는 2094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전국 1만2000여개 주유소 가운데 상위 30%가 전체 기름 물량의 60%를 소화하고 있다. 물량이 많은 주유소는 가격 협상력이 있어 정유사 공급가격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주유소들은 오히려 정유사 공급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기름을 공급받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사장은 주유소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주유소별로 보유하고 있는 재고물량이 다르고 정유사와의 공급가격도 소화 물량에 따라 개별 협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영세 주유소들이 경영난에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 시장은 현재 포화상태로 평균 영업이익률이 1%에 불과한 상황이다. 많은 주유소들이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폐업하거나 휴업하는 주유소가 늘고 있지만 빚조차 갚지 못해 법원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말 기준 휴업중인 주유소는 585개소로 석달만에 16곳 늘었다. 휴업신고도 하지 못한 채 영업을 중단한 주유소도 10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주유소 기름값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주유소 입장에서는 이윤을 더 남기는 것이 어려운 구조다. 통상적으로 정유사는 한주 전의 싱가포르 현물가격을 기준으로 휘발유 공급가격을 결정한다. 여기에 원유도입가와 정제비용 등도 반영한다. 원유를 도입해서 실제로 정제하기까지는 1~2개월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전에 도입해서 비축해 놓은 원유가 많다면 현재 가격뿐만 아니라 당시 구입가격도 고려 대상이 된다.

주유소 역시 순차적으로 1주일 전의 정유사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현재 가격을 결정하지만, 주유소 저장탱크에 보관돼 있는 재고 소진기간이 다르고 소재지에 따라 운송비용 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가격 결정의 또다른 요인이다. 인근 주유소의 판매 가격도 중요한 변수로 여러가지 환경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정유사가 이번 주에 공급가격을 올렸다고 해서 바로 그날부터 가격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유사한테 100원 비싸게 샀다고해서 그날부터 바로 비싸게 팔수있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특정 시점의 정유사 공급가격과 주유소 마진의 변화만 보고 누가 더 많은 이윤을 챙겼는지를 따지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또한 정유사의 공급가격 기준이 매주 발표됨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기준이 체계적으로 최종 소비자가격에 반영되지 못하고 각 주유소마다 제각각 적용된다는 점은 국내 기름값 결정 과정이 주먹구구식이라고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실제 영업단위에서는 주유소별로 소화하는 물량 규모에 따라 가격을 흥정하기 때문에 공급가격이 얼마라고 못박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석유공사가 정유업계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매주 각사별 공급가격을 보고받고 있지만 견제 효과는 없이 시늉에 그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정유사들은 올해 정제마진 상승과 유가 상승에 힘입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010950)),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지난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조6862억원으로 지난 2011년의 역대 최고 기록 6조8134억원을 무난히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휘발유 최종 소비자 가격과 정유사 공급가격 차이 추이(단위: 원/ℓ, 자료: 한국석유공사)


▶ 관련기사 ◀
☞유가 상승에 가격 인상..정유사는 배 채우고 주유소는 눈치만
☞[특징주]SK이노베이션, 저평가 분석에 강세
☞SK이노베이션, SK바이오텍과 대덕기술원 운영비 분담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형!!!
  • 착륙 중 '펑'
  • 꽃 같은 안무
  • 좀비라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