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출연연 4명 중 1명은 비정규직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5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에는 모두 1만 5899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3714명(23.4%)이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곳은 30%가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출연연에는 비정규직에도 포함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출연연들은 2015년 이후 정부가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자 박사후연구원(포닥)이나 학생연구원들을 확보해 연구 뿐 아니라 일반 사무보조에도 투입하고 있다. 이들은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니어서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각 출연연에서 공공 R&D과제에 참여 중인 학생연구원은 석·박사과정 학생들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모두 3979명에 달한다.
비정규직보다 못한 ‘무규직’ 학생연구원 처우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새 정부 들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학생연구원에 대한 4대 보험 적용 등 제도적 보호장치를 마련, 내년 초까지 모든 학생연구원에 대해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이 중에서도 근로성이 강한 기타 연수생 1700여명은 8월 중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각 출연연은 물론 과기정통부 내부에서도 학생연구원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도 “학생연구원의 경우 근로자성도 인정되지만 학생들의 연수 기능이 포함돼 있어 일률적으로 모두 정규직화하는 것도 무리”라며 “여러 논의 절차를 거쳐 조만간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확정,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하 특구진흥재단)은 정부가 과학기술계의 비정규직 문제를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는 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특구진흥재단은 대전과 광주·대구·부산 등 각 연구개발특구 내 연구개발성과 사업화 및 창업의 효율적 지원을 위해 2005년 설립된 조직이다.
특히 최근에는 근로 계약기간이 2일로 끝나는 직원에 대해 아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만료를 통보해 물의를 빚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은 연말까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파견·용역 노동자들도 현 업체 계약기간 종료 시점에 맞춰 정규화해야 한다.
이에 대해 특구진흥재단 관계자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관 내부적으로 비정규직 전환 채용과 관련된 협의체를 구성한 뒤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협의체가 구성되기 전까지 계약이 만료되는 직원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으며, 다만 협의체가 구성된 후 구제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