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백(57)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은 13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확장적 재정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국가의 기본 역할은 약자를 돕는 것이고 재정의 포용적 역할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남성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공부한 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현대경제사회연구원, 한국조세연구원에서 근무한 뒤 현재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지난해 4월 한국재정학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박 회장은 “선별적 지급이나, 전국민 대상 지급이나 각각 장단점이 있고 아직까지 어떤 방식이 더 우위에 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추가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이뤄진다면 이번에는 전국민에게 주는 방식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앞서 2·3차에 선별적 지급 당시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고도 지원을 받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다며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라도 다음번 재난지원금은 전국민에게 줘야 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코로나19 대응 상황에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 증가 속도가 빠르고, 위기 상황 이후 재정 여건을 안정화할 계획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박 회장은 “기재부가 재정준칙을 마련한 것 자체는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그 적용 시점을 2025년으로 미뤄둔 것은 논리적으로 그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당장 내년이라도 코로나19 백신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경기 여건이 회복되면 재정준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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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차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1차는 전국민에게 지급됐고, 2·3차는 선별적 지급이 이뤄졌다. 선별적 지급은 복지정책 성격이 있고 전국민 지급은 이전지출을 통해 경기부양을 하려는 목적이 있다. 선진국에서도 두 방식을 혼용해 활용하고 있고 아직까지는 어떤 것이 더 낫다고 결론 내리기엔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다.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어떤 방식이 맞다고 보나?
△한번 더 지급이 이뤄진다면 이번엔 전국민 지급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전국민에 지급하되 코로나19로 소득에 전혀 타격이 없는 소위 ‘코로나 무풍지대’에 있는 공무원 집단 등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선별적 지급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각지대가 불가피하게 생길 수밖에 없는데, 전체 지급으로 하되 특정 집단을 제하는 방식으로 하면 2·3차 지급때 억울하게 못 받은 이들을 줄일 수 있다.
△가능한 빠를수록 좋다. 우선 상반기 중에는 한 번 더 추가로 지급한 뒤에, 그 효과가 어떻게 나오는 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정 여건에 무리가 없을까?
△지금 상황에서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외부에서도 우리나라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현재 늘어나고 있는 국가채무를 향후에 어떻게 안정화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불분명하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서 정부가 재정준칙을 마련했는데?
△재정준칙 마련 자체는 맞는 방향이다. 다만 그 적용시점이나 강제성이 약해 정부의 의지가 약해보인다. 경기 상황이 회복되면 당장 내년에라도 적용해야지 2025년을 적용시점으로 둔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
-현재 국가채무 수준은?
△얼만큼의 비중이 적정한 채무의 수준인가는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많은 전문가가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에 봤을 때 이 나라의 채무 수준이 위험 수위다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국채금리를 비롯해 시장에서 시그널이 나타날 것이다. 시장이 안정적인 것으로 보아 아직 무리가 있는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증가 속도는 빠른 편이다.
-기본소득 도입도 가능하다고 보나?
“인구감소, 해외 고급인력 확보해 대응해야”
-인구감소가 심각하다. 대책이 있다면?
△저출산 문제는 국민의 선택이라 재정을 투입해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외국인 고용이 3D 업종 중심으로 이뤄져 국민인식이 좋지 않은 측면이 있다. 고급인력에 대해서 보다 포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이 공부하기도, 지내기도 좋다는 인식을 확산해 고급인력을 중심으로 받아들이는 게 경기를 안정화하고 인구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이다.
-정년연장도 필요할까?
△충분히 생각해볼 문제다. 다만 민간 부문에서 먼저 시작돼야 한다. 이미 혜택이 많은 공공부문에서 정년연장을 먼저 시작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이는 우수한 인재를 지금보다 더 공공 부문으로 몰리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민간 부문에서는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정년과 상관없이 형식을 바꿔서라도 더 기용하려고 하지 않겠나. 민간 부문에서 먼저 이런 분위기가 확산돼야 한다고 본다.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하는 건?
△일괄적으로 상향하는 게 아니라 사안별로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 무임승차 기준의 노인 연령을 상향하는 것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어도 기초연금 수급 등과 같은 사회보장제도의 기준 연령을 높이는 것은 보다 더 고려할 필요할 것으로 본다. 사안마다 적합 연령이 다 다를 텐데 일괄적으로 적용하는게 아니라 부문마다 각기 다른 적용 기준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에너지 세제 개편을 비롯한 탄소중립 대책은?
△방향은 맞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경유세를 점진적으로 올리겠다는 방향이면 해당 산업 이해관계자들이 대비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타임라인을 마련해 미리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