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金)이 효자상품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가치가 급등하고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금 투자매력이 떨어진 탓이다. 연초 이후 두 자릿수 이상 수익률을 내던 금펀드도 수익의 상당부분을 반납했다. 향후 금 가격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달러 강세가 둔화되는 시점에 따라 금 투자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7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23일 기준 10개의 금펀드(상장지수펀드(ETF) 포함)의 트럼프 당선일인 지난 11월8일 이후 평균 14.54% 하락했다. 연초 후 11월8일까지 평균 37.84% 상승한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흐름이다. 여전히 두자릿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 때 50%를 를 육박하는 수익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
개별펀드로 보면 설정액이 가장 큰 ‘블랙록 월드 골드자(주식-재간접)(H)(A)’펀드는 트럼프 당선 이후 21.8% 급락했다. 연초 후 수익률은 30.55%로 높지만 이 펀드의 수익률은 트럼프 당선 전까지만 해도 무려 66.95%에 달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 강세와 국채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금값이 빠르게 하락한 탓이다. 통상 금은 달러가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인프라 투자 확대를 내세운 트럼프 정책 기대감이 달러 강세를 유발한데다 대표적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이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였다.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지면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중국에 이어 제2의 금 소비국인 인도가 화폐개혁에 나서며 현금부족 사태로 소비까지 위축돼 금 수요가 줄어든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에 대한 엇갈린 시각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내년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 수요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있는 반면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도 트럼프의 재정확대 기대감이 계속된다면 미국 국채금리 및 달러 강세는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결국 여타 조건보다 달러 강세가 멈추는 시기를 확인할 때 비로소 금값도 반등에 나설 것이란 의견이 공통점이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은 이자수익을 지급하는 채권이나 배당수익을 지급하는 주식과 달리 현금 유입이 없다는 게 큰 단점”이라며 “금이 추세적으로 반등하기 위해서는 국채금리 상승폭이 되돌려지거나 달러 강세가 진정돼야 햐는데 트럼프의 재정정책이 실패하지 않는 한 추세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