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0', 여행사 "낡은 규제에 발목, 폐업도 못해"

2020 4분기 관광사업체현황 발표
지난해 폐업 여행사 743개, 하루에 2개꼴
여행업계 “폐업 못하는 곳 더 많아”
  • 등록 2021-02-05 오전 6:00:00

    수정 2021-02-05 오전 7:49:32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코로나19로 지난 1년간 수익이 없는 상태입니다. 직원들 월급은커녕 사무실 임대료도 못 내고 있습니다. 나중을 생각해 사무실은 유지하고 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작은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A씨의 한숨이다. 지난해 폐업한 여행사는 636개.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관광사업체현황’ 조사결과다. 전체 업체 중 2.9%가 문을 닫았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여행사 매출이 ‘제로’였던 점을 고려하면 예상외의 수치다. 여행업계는 “통계보다 훨씬 많은 여행사가 폐업을 못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어쩔 수 없이 여행사를 유지하고 있는 회사가 폐업한 회사보다 아마도 몇십배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사진=뉴시스)
낡은 규제가 여행사 숨통 조여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난에 빠진 소규모 여행사들이 정부에 규제를 완화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피해로 관광·여행 시장이 고사 상태에 빠져 있지만, 소규모 여행사들은 과거의 낡은 규제에 갇혀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하나금융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국내 230여개 업종 중 코로나19로 매출 감소가 가장 큰 업종이 여행사였다. 문체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여행업계 피해 규모를 10조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0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239만501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3.6% 줄어들었다. 내국인 출국자도 급감했다. 지난해 10월까지 내국인 출국자는 412만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83.0% 줄었다. 지난 1년간 국내 여행사 대부분은 강제 휴업 중인 셈이다.

이들 여행사들은 폐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이다. 이들은 지난해 영업을 거의 못하면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마련한 긴급융자를 받았다. 이 경우는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폐업을 할 수가 없다. 여기에 인건비와 4대보험, 사무실 임대료 등의 비용도 계속 나가고 있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임차료 부담 여행사 “임시라도 집으로 주소 이전해야”

영업 중이거나, 휴업 중인 여행사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이들 여행사가 꼽은 가장 큰 고충은 임차료 부담이었다. 지난달 말 거리로 나와 시위에 참여한 B씨는 “그나마 직원들은 특별고용유지지원금 등으로 생계유지라도 가능한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고용주에게는 아무런 지원이 없어 음식 배달과 택배 배달로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B 씨는 “영업도 못하는 상황에서 여행사 라이선스 유지를 위해 사무실 임차료까지 감수해야 한다”며 “정부가 최소한 여행사 라이선스를 영업 정상화 시점까지 유예해주거나, 집으로 주소지 이전이 가능하게 해준다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여행사들의 임차료 부담을 덜기 위해 공유오피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공모를 통해 총 150개의 여행사를 선정, 1인 사무공간을 최대 6개월 간 무상 사용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 여행사 대표는 “영업이 아예 안되는 상황에서 사무공간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라며 “차라리 경쟁력 없는 여행사의 폐업을 유도하고, 이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생활자금이나 직무교육 지원 등을 해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산한 서울 중구 명동 일대 모습(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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