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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사십대 초반 부부입니다. 초등생 딸아이가 있고요. 제가 자영업을 하고 있는데. 운이 좋게도 일이 잘돼서 십여년 전부터는 아내도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같이 하면서 저도 믿을만한 사람이 생겨 든든했고, 지금까지 서로 도와가며 일을 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에게 해결 안 되는 갈등이 있습니다. 문제는 저희가 1년 365일 24시간 붙어있는다는 점입니다. 일터에서도 집에서도 항상 붙어 있다보니 가끔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이런 생활을 10년을 지속하다보니 너무 지치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내한테 “잠이라도 따로 자면 어떻겠냐”며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각방을 쓰는 일을 절대 용납할 수 없나 봅니다. 제가 코를 골아서 아내도 몇 번 불만을 이야기 했는데요. 각방을 쓰면 본인도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텐데, 왜 이해를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각방 쓰자’는 저의 제안 이후로 아내는 저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저에게 여자가 있나 그런 거죠. 아니 24시간 붙어있는데 제가 어떻게 딴짓을 하겠습니까. 화장실 가는 거까지 말하고 가는데 말이죠.
아내는 각방을 쓰는 게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는 말까지 하면서 절대 안 된다는데요. 부부 각방이 부부생활에 정말 나쁜 걸까요?
-미국에서는 ‘수면 이혼’이 유행하고 있다던데요?
이혼이라는 단어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데요. 수면 이혼은 혼인관계의 파탄과는 거리가 멉니다.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는 부부가 서로 다른 생활패턴이나 코골이 등의 수면장애 요인을 사전에 예방하는데 목적을 두고, 잠만 서로 다른 공간에서 자는 경우가 바로 ‘수면 이혼’입니다.
-부부의 각방 생활이 이혼사유가 될까요?
△각방 생활은 별거와 마찬가지로 혼인관계가 파탄됐음을 알 수 있는 하나의 근거가 됩니다. 각방 생활 자체는 재판상 이혼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일방의 가정폭력이나 부정행위 등이 각방 생활의 원인이 된 경우에는 그 배우자의 잘못을 원인으로 이혼에 이를 수 있습니다.
각방 생활에 이르게 된데에 어느 일방의 잘못이 없는 경우라도 이러한 생활이 오래돼 더이상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영위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의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실제 각방으로 인해 이혼에 이른 사례가 있다고요?
그런데 6년 넘게 각방 생활을 이어오던 중 남편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문병은커녕 오히려, 남편이 쓰던 방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해줬는데요. 남편의 제기한 이혼소송에서 재판부는 ‘두 사람은 6년간 한 집에서 공존했을 뿐, 실제 혼인생활을 영위한바 없다’면서 ‘앞으로도 부부의 혼인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며 남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부부 각방이 꼭 부부관계를 악화시킬까요, 장점도 있지 않을까요?
△소통 부재나 단절을 지양하는 건강한 각방 생활은 오히려 혼인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수면 이혼이 여기에 해당하는데요. 각자의 수면 습관에 맞춘 수면 환경이 확보됨에 따라 수면의 질 저하라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혼인생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각방 생활을 통해 개인의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까운 관계에서의 긴장감을 완화시켜 장기적으로 관계 유지에 보다 이롭다는 연구결과도 있었습니다.
각방 생활은 분명 장·단점이 있고, 각방 생활이 맞는 부부도 있고 아닌 부부도 있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각방 생활을 결정하기에 앞서, 부부가 먼저 각방 생활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서로 확인하고 충분한 소통을 거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과정 없이 각방 생활을 무조건 강요하거나 타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의 제안을 거절함으로써 부부 갈등을 증폭시킨다면 이 또한 이혼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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