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계약 일방 파기' 나쁜 집주인, 남몰래 웃는다

계약 당일 "계약금 배상하고 못팔겠다" 한모씨
이후 집값 2억 가까이 올라…매도자 여전히 '갑'
  • 등록 2021-01-14 오전 7:00:00

    수정 2021-01-14 오전 8:36:17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소형 아파트를 보유한 한모씨는 지난해 6월 해당 아파트를 4억 초반에 매매하기로 하고 예비 매수자에게 계약금까지 받았지만, 고민 끝에 배액배상을 하고 매물을 거둬들였다. 향후 집값이 배액배상을 치르고도 남을 만큼 오를 것이라는 지인의 설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씨는 당시 결정에 양심이 찔렸지만, 지금은 갈수록 오르는 집값에 남몰래 웃음을 짓고 있다. 2021년 1월 현재 아파트 매매 호가는 6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고점이라고 생각했던 아파트가 2억원 가량이나 치솟은 것이다.

서울 집값이 새해 들어서도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계약을 파기하면서까지 매물을 거둬들였던 집주인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집값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반면 무주택 서민들은 집 계약을 하더라도 중도금을 내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주거불안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미아벽산라이브파크 전경. (사진=네이버부동산)
치솟는 집값에…계약파기해도 웃는 집주인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에 집주인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와 배액배상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벽산라이브파크 전용면적 60㎡는 지난해 6월 4억 5000만원에 매매거래를 앞두고 계약이 파기됐다. 집주인이 계약을 파기할 경우 계약금의 2배를 물어주는 배액배상을 해야 하지만 손해보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단순 변심에 계약이 어그러진 사례다.

그렇다면 현재 시세는 어떨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 면적형의 최신 거래된 매매가는 지난 12월 24일 계약된 6억원(11층)이다. 호가는 6억 3000만원까지 형성돼 있다. 계약금을 배상하더라도 1억원이 훌쩍 넘는 시세차익을 거둘수 있게 됐다.

미아동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미아동 일대가 작년 6·17 대책 이후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고점을 찍었다. 이후에는 호가만 오르고 매물은 쌓여 거래 절벽이 일어날 것으로 보였지만, 예상과 달리 가격이 차근차근 오르고 있다”면서 “정부 규제에도 서울 중저가 집값은 강세”라고 했다. 그러면서 “집을 내놨다가 고민 끝에 매물을 거둬들인 집주인들만 결과적으로 이득을 봤다”고 덧붙였다.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하기 전까지는 매도인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전무한 실정이다. 민법(제 565조 해약금)을 살펴보면 매도인이 배액배상을 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 다만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하는 등 이행에 착수하게 되면 매도인의 계약해지권이 봉쇄될 수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현 상황의 매도자 우위시장에서는 매도자가 변심으로 계약 해지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매수자는 평소보다 계약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매도자가 해지 선언을 하지 못하게 계약과 동시에 잔금을 치르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규제와 임대차2법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도로 인해 임차인이 역으로 곤궁에 빠진다면 개정도 고려해야 할 것”고 덧붙였다.

새해에도 신고가 속출…뜨거운 ‘강북’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책과 공급 확대 예고에도 서울 부동산 시장은 새해 초까지 집값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등에 따르면 새해 들어 전날까지 12일 동안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거래는 총 125건으로, 이 중 절반이 넘는 52%(65건)가 신고가이거나 최고가 거래로 조사됐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상대적으로 서민 수요가 몰려있는 강북구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강남권 고가 아파트값이 오르고 전세난이 겹치면서 가중된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값 상승세가 새해에도 지속했기 때문이다.

미아동 미스한일유앤아이 전용 84㎡는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매매가가 5월 중후반대였으나 같은해 9월에는 7억원을 넘어섰고, 이달 2일에는 7억5000만원(2층)에 거래가 성사됐다.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60㎡는 지난 9일 6억7000만원(9층)에 신고가 거래되며 실거래가 7억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 6·17대책 발표 이후 서울을 포함한 주요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폭이 더욱 확대됐고, 주택임대차법 개정이 촉발한 전세시장 불안은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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