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관계자의 말이다. 2010년 ‘배추 파동’ 당시가 떠오른다고 했다. 당시 배추 가격은 잦은 비와 이상고온 현상으로 출하량이 대폭 줄면서 포기당 1만원을 넘어섰다. 배추 값 폭등이 주요 일간지 1면 기사로 앞 다퉈 보도될 정도였다.
‘금(金)배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배추 값이 치솟은 최근 상황과 흡사하다. 20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추석 연휴 직전인 13일 기준 상품(上品) 배추의 포기당 평균 소매가격은 7845원으로 한 달 전보다 89.3%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1년 전보다는 185%, 세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이마저도 8000원을 웃돌던 직전 일주일보다는 다소 안정화된 것이다. 상태가 좋은 최상품의 배추는 1만 원 이상에 팔린다.
이렇듯 배추 값이 폭등하면서 가정집 식탁에는 담근 김치 대신 포장 김치가 올라가는 경우가 늘었다. 대형마트나 홈쇼핑, 온라인몰 등에선 포장 김치가 불티나게 팔리지만 수요를 맞추지 못해 품귀현상을 빚는 경우가 다반사다. 음식점에서는 밑반찬으로 배추김치·겉절이 대신 깍두기 등으로 대체하지만 무값도 만만치 않게 올라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6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배추 값이 한 포기에 8000원을 넘어서자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모든 농산물은 정부의 수급관리 계획 아래 놓여 있는데 ‘금배추’ 소리가 나오도록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는 지적이다.
이어 배추 수급 안정을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고랭지배추 계약재배 물량과 상시비축물량을 활용해 하루 339톤 수준을 시장에 방출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정부의 계획된 수급조절물량 방출로 배추 포기당 1130~1570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있었다고 성과를 자랑하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농산물 가격안정과 유통효율성 증대를 위해 ‘농산물 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2013.5)과 ‘보완대책’(2014.5), ‘주요 채소류 수급안정 대책’(2016.5) 등을 마련해 차질 없이 추진 중이라고도 강조했다.
여름 내내 전기세 무서워 에어컨이 있어도 마음껏 틀지 못하다가 가을 되니 치솟는 식탁 물가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만과 불안은 커져만 가는데 결과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없이 무책임하게 날씨 탓, 시기 탓만 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환경 변화에 따른 예측을 보다 정확히 하고 생산 계획을 체계화해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 아니던가. 최선을 다한 결과가 ‘1만원짜리 배추’라면 무능함을 자인하는 꼴이다.
다행히도 11월 김창철에는 배추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 또한 앞으로 태풍이나 집중호우, 또는 갑작스런 한파 등으로 작황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이라는 조건이 따라 붙는다.
정부는 언제까지 날씨 탓만 할 텐가. 포장 김치로 유명한 한 기업은 날씨 예측을 통해 3~4개월 전 배추 구매량을 결정하고 이를 기업경영에 반영하는, 이른바 ‘기상경영’을 매출 증대를 위한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하늘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보다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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