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인도 의원이 이런 망언을…

  • 등록 2021-12-18 오후 3:43:38

    수정 2021-12-18 오후 3:52:46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인도의 한 지방 의원이 주의회에서 “피하기 어려운 성폭행은 즐겨라”라는 망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인도 지방 의원 라메시 쿠마르 (사진=AFP)
17일(현지시각)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의원이자 주의회 의장 출신인 KR 라메시 쿠마르 하원의원은 전날 주도 벵갈루루의 주의회에서 “성폭행 피해가 불가피할 때는 누워서 즐기라는 말이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 의회에서는 농업 관련 주제를 두고 여야 의원들 사이 논쟁이 일어났는데, 주의회 의장이 의원들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호소하자 쿠마르가 이 상황을 성폭행에 빗댄 것이다.

그의 발언에 의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현장 의원들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이를 본 시민과 여성 의원들은 공분을 표했다.

인도국민회의 소속 여성 의원 루파칼라는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라며 성폭력을 다른 상황에 비유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의회 대변인 란디프 수르예왈라도 “카르나타카 주의회 의장과 하원의원이 매우 불쾌한 농담을 주고받은 것을 비판한다”라며 “그러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질타했다.

이날 의회 상황을 중계 화면으로 시청했던 인도 시민들 역시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당신의 어머니, 누이, 딸에게 꼭 똑같이 조언하라”, “쿠마르는 물론 그 말에 웃은 사람들도 모두 범죄자” 등의 반응을 보이며 격분했다.

논란이 일자 쿠마르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오늘 의회에서 ‘성폭행’과 관련해 경솔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 의도는 흉악한 범죄를 경시하거나 가볍게 여기려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한 말이었다”라며 “앞으로는 말을 신중하게 하겠다”라고 사과했다.

쿠마르는 이날 의회에서도 물의를 빚은 해당 발언에 대해 “여성들을 모욕한 의도가 아니었다”라며 “피해를 입으신 분들, 특히 여성들에게 내 발언이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드린다”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쿠마르의 성폭력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19년에도 자신에 대한 부패 혐의에 대해 항변하면서 스스로를 성폭행 피해 생존자에 비유해 논란이 일었다.

성폭행범을 처벌하라고 시위하고 있는 인도 시민들. (사진=로이터)
한편 인도 국가범죄기록국의 최근 수치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사건이 2만 8000여 건 이상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상당수의 여성이 두려움으로 사건을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을 고려할 때 실제 발생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11월에는 인도의 16세 소녀가 수개월에 걸쳐 수백 명의 남성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당시 피해 소녀는 400명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는데 가해 남성 중에는 경찰관도 2명 있었다.

이 밖에도 지난 8월 델리에서는 9세 소녀가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 보고됐고, 지난 9월 마하라슈트라주에서는 15세 소녀가 33명의 남성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