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나양 가족 사망사고…“극단적인 아동학대 범죄”

“‘동반자살’, 가해자 언어…자녀를 부모 소유물로 여겨”
법원, ‘자녀 살해 자살 미수범’에 엄격 처벌
살인에도 유교사상?…가중처벌 없는 ‘비속살해’
“부모 극단적 선택해도 남겨질 아이 돌볼 사회돼야”
  • 등록 2022-07-03 오전 11:56:25

    수정 2022-07-03 오후 12:02:01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전남 완도에서 실종된 열살 조유나양과 부모가 바닷속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은 ‘아동학대’이자 사실상 ‘살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모라는 이유로 어린 자녀를 소유물로 여겨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전문가들은 이를 온정적으로 여기기보다 분노할 일이라며,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에서 경찰이 10m 바닷속에 잠겨있는 조유나(10)양 가족의 차량을 인양하고 있다. 경찰은 실종된 조양의 가족과 차량을 찾기 위해 수중 수색하다 전날 가두리양식장 아래에 잠겨있는 차량을 발견했다.(사진=연합)
동반자살 아닌 살해 후 자살…법원도 엄하게 처벌

3일 경찰이 조양 일가족 사망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 실패에 따른 부모의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은 조양의 부친 조모씨(36)가 지난해 3~6월 가상화폐에 1억3000만원을 투자했다가 최종적으로 약 2000만원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했으며, 인터넷에서는 ‘수면제’, ‘방파제 추락 충격’ 등을 검색한 사실을 밝혀냈다.

과거 부모와 어린 자녀의 극단적인 선택을 ‘동반자살’이라고 불렀지만, 이는 ‘가해자’ 중심의 언어라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죽음의 의미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린 자녀는 부모의 극단적 선택에 휩쓸려 희생당한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피해 아동의 입장에서는 동반자살이 아닌, ‘피살’이며 이러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부모는 ‘살해 후 자살’로 구분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스스로 의사표현을 하거나 저항할 수 없었던 아동의 생명권을 박탈해 살해한 가장 극단적인 아동학대 범죄”라며 “부모가 자녀의 생사를 쥐고 있다는 지극히 가부장적인 태도와 아이의 인권을 인정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에서도 ‘자녀 살해 후 자살 미수범’에게는 유사한 사건이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엄중하게 판결하고 있다. 아무리 부모라 할지라도 자녀를 별개의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것은 그릇된 인식이라고 보고 있어서다. 또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자녀의 생명을 그 의사와 무관하게 부모의 결정에 따라 박탈할 권리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법원 판결서 열람시스템에 따르면 존속살해와 살인, 자살방조 혐의를 받은 A씨는 1심에서 징역 12년 선고받았는데 2심 재판부인 대구고등법원 형사합의2부(재판장 박연욱)는 “책임에 비해 가벼워 부당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상고심에서도 상고가 기각돼 대법원은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부인이 약 30억 규모의 채무로 빚 독촉에 시달려 삶을 비관하게 되자 부인을 비롯한 가족들과 함께 자살하기로 마음먹고, 부양 중인 모친과 12세 아들을 먼저 살해한 후 처의 자살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심 재판부는 “자신과 독립된 인격체인 피해자들의 생명을 마음대로 거둘 수 없는 것”이라며 “설령 자신도 자살할 생각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참혹한 결과에 대한 중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들은 만 12세로 한창 건강하게 성장해야할 어린 나이에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믿고 따르던 양육자인 부모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피고인과 처가 죽고 나면 남은 가족들이 견디기 힘든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판단은 일방적인 생각이었을 뿐”이라며 “모친과 아들은 피고인과 처로부터 이러한 생각을 전해듣거나 그 생각에 동의한 바도 전혀 없이 일상생활을 이어나가던 중에 갑자기 살해당해 소중한 생명을 뺏겼다”고 비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살인에도 유교사상?…비속살해죄, 가중처벌 없어

A씨의 아들 살해엔 살인 혐의가 적용됐고, 모친 살해엔 존속살해 혐의로 가중처벌이 더해졌다. 보통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데 존속살해죄는 보통 살인죄에 가중처벌한다. 형법 제250조 2항에 의거해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죽이는 범행을 저지른 자에 대해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자녀가 부모를 죽이는 존속살해와 달리 부모가 자녀를 죽이는 ‘비속살해’는 형법에 따로 명시돼 있지 않아 일반 살인죄를 적용한다. 법은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반영하는데 유교사상에 뿌리를 둔 우리는 효(孝)를 중요하게 여기는 영향 탓인지 자식이 부모를 죽이면 패륜에 대한 엄중 책임을 물어 가중처벌을 하는 반면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경우는 별도의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살해는 연간 40건 안팎을 기록, 증가추세에 있다. 보건복지부가 작년에 발간한 2020 아동학대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후 사망사건은 2016년 36건, 2017년 38건, 2018년 28건, 2019년 42건, 2020년 43건으로 파악됐다.

이에 국회에는 비속살해를 존속살해와 같이 가중처벌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법무부도 지난 3월 비속살해를 가중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대통령직인수위에 보고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작년에 존속살해죄와 동일한 형량의 비속살인죄를 신설하면 가중처벌 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극단적 선택 후 남겨질 자녀를 책임질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아도 자녀가 부모 없이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다는 사회안전망이 있다면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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