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월 의장이 증시를 달래자 뉴욕 3대 지수는 일제히 낙폭을 줄였고 결국 혼조 마감했다.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 초반 1.389%까지 치솟았으나 이내 1.342%까지 내렸다. 다만 일각에서는 파월 의장의 언급은 시장 충격을 막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우려 역시 나온다.
“인플레 미미해”…초완화책 지속
파월 의장은 23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화상으로 이뤄진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기 부양책이 대규모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인플레이션 위협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고용과 물가 모두 연준의 목표치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실질적으로 회복하는 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추후 경제 전망은 매우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노동시장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수백만 미국인들은 여전히 실업 상태로 있다”며 고용 부진을 특히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물가 하락 압력이 강한 세계에서 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흐름이 급등하는 쪽으로 단박에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물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고 해도 연준은 대처 수단을 갖고 있다”고 했다.
파월 의장의 이날 언급은 시장 전반의 인플레이션 우려에 단호하게 거리를 둔 것이다. 최근 국채금리 급등으로 나타난 인플레이션 공포에 뉴욕 증시는 초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연일 급락했다. 파월 의장은 증시 폭락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시장은 이를 비둘기 신호로 받아들였다. 파월 의장은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급등하는 10년물 국채금리를 두고서는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가 살아나는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공격적인 경제정책 덕에 기업의 생산과 투자는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 초반만 해도 1.389%까지 올랐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온 이후 1.342%까지 하락했다. 장중에는 1.35% 안팎을 꾸준히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다만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증시 버블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연관성이 있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그간 통화정책과 증시 사이에 특별한 연관성은 없다는 톤으로 말해 왔다. 발언의 뉘앙스가 약간 달라진 것이다.
‘비둘기 파월’ 증시 환호…장중 반등
최근 낙폭이 컸던 테슬라 주가는 2.19% 내린 주당 698.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619.00달러까지 내렸다가 장중 반등했다. 전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경우 0.11% 빠진 125.86달러를 나타냈다.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0.53% 하락했다. 다만 아마존(0.43%), 구글(알파벳·0.29%), 페이스북(2.12%), 넷플릭스(2.32%)의 경우 상승 마감했다.
다만 초대형 기술주들의 버블 우려가 사라진 건 아니다. 파월 의장의 시장 달래기는 임시방편일 뿐 빅테크주를 중심으로 고평가에 따른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날 에너지주, 은행주 등 경기민감주가 또 오른 건 인플레이셩 공포에 따른 자금 순환의 징후라는 평가다. 에너지 대장주 격인 셰브런 주가는 이날 1.28% 올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경우 1.05% 상승했다.
램슬리 어드바이저리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은 (역사상 최악인) 고용에 더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 역시 크다”며 “연준이 시장의 목소리를 듣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