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이 못 지킨 `최저임금 1만원` 약속…尹정부 첫 해엔 어떨까

불붙은 尹정부 첫 최저임금 심의…7월까지 치열한 공방
"시급이냐, 월급이냐"…시작은 최저임금 결정단위부터
`뜨거운 감자` 업종별 차등적용…미만율 두고 노사 격돌
핵심은 인상률 심의…치솟는 물가는 누구에게 유리할까
  • 등록 2022-05-21 오후 1:11:48

    수정 2022-05-21 오후 1:11:48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최저임금 논의가 불이 붙고 있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운을 띄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두고 노사의 신경전은 치열하다. 치솟는 물가에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인상률 심의도 격렬한 충돌이 예상된다.

1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자 끝내 달성하지 못했던 최저임금 1만원이 윤 정부 임기 내 완성될 가능성도 크다. 5년 간 최저임금 인상률의 가늠자가 될 올해 심의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이에 올해 최저임금 심의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봤다.

불 붙은 尹정부 첫 최저임금 심의…시작은 시급이냐 월급이냐

지난 17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열린 첫 번째 회의다. 올해 최임위는 내년도에 적용할 최저임금 인상률을 비롯해 결정 단위와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 등을 심의하고 있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최임위 심의는 각 안건에 대해 표결로 결정하는 구조다. 대체로 노사 대립 구도에서 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고용부 장관의 심의요청과 함께 시작되는 최저임금 심의의 법정 기한은 90일이다. 고용부 장관이 지난 3월 31일 심의를 요청했기 때문에 올해 심의 기한은 6월 말까지다. 그러나 심의 기한은 지켜진 적이 거의 없고 노사 간 대립 끝에 통상 7월 중순쯤 마무리된다. 고용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해야 한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지난 17일에 열린 2차 회의에서는 위원 26명이 참석했다. 근로자위원 중 한 명인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지난해 총파업 등으로 인해 구속돼 불참했다. 이날 회의에서 최임위는 △최저임금액 결정단위 △최저임금의 사업의 종류별 구분 여부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차기 전원회의에서 순차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논의될 안건은 최저임금액 결정단위다. 쉽게 말해 최저임금을 시급 단위로 결정할지, 월급 단위로 결정할지 정하는 것이다. 올해까지는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결정하고, 월급을 같이 표기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9160원에 월 환산액 191만4440원을 같이 쓴다.

결정단위를 두고 노사가 충돌하는 지점의 핵심에는 주휴수당이 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이 얼마인지를 쓰지 말자는 입장이다. 월 환산액은 월 근로시간 209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유급 주휴시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시급을 산정할 때 주휴시간을 뺀 근로시간(174시간)으로 계산하면 같은 임금을 주고도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노동계는 월급을 명시해놓지 않으면 현장에서 최저임금 계산할 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시급으로만 계산하면 이를 악용해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尹이 운 띄운 뜨거운 감자 업종별 차등적용

다음은 올해 심의의 뜨거운 감자인 최저임금의 사업의 종류별 구분 여부다. 쉽게 말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할 수 있게 할지 심의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최저임금을 지역별·업종별로 차등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그 중 법적 근거가 있는 업종별 차등적용에 관심이 집중됐다.

현행 최저임금법 4조 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임위의 심의를 거치면 개정할 수 있다. 최저임금제 도입 첫해인 1988년 2개 업종 그룹을 설정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엔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최임위는 2017년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도 결국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결했고, 지난해 최임위 전원회의 투표에서 찬성 11표에 반대 15표(기권 1표)로 부결됐다. 그러나 경영계는 새 정부 첫해인 올해엔 다를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업종 간 최저임금 미만율 격차가 크다며 업종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비율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임금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은 15.3%다. 100명 중 15명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특히 농림어업과 음식·숙박업은 미만율은 각각 54.8%와 40.2%에 달한다. 반면 제조업은 5.2%, 정보통신업은 1.9%에 그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반면 노동계는 경총의 분석이 미만율을 과장해서 집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총이 활용한 통계청의 202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는 월 단위로 조사되기 때문이다. 월 단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수습사원,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 등도 집계돼 시급 기준인 최저임금 미만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부가 발표한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은 전 산업 평균 4.4%에 그친다.

노동계는 또 업종별 차등적용은 결국 최저임금 수준을 낮춰 제도의 취지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낮은 최저임금을 받는 업종은 낙인 효과가 생겨 구인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는 설명이다.

핵심은 인상률 심의…치솟는 물가는 누구에게 유리할까

해마다 최저임금 심의 중 가장 격렬한 충돌이 발생하는 안건은 역시 인상률이다. 심의 막판에 논의될 인상률은 통상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최저임금 수준을 제시한 뒤 간극을 줄일 수정안을 제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수정안 제출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제시해 표결에 들어간다.

(그래프=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지난해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1만 800원을, 경영계는 8720원을 제시하며 2080원의 큰 간극으로 심의에 착수했다. 이후 노사는 각각 수정안을 제시하며 1만원과 8850원으로 간극을 1150원까지 줄였다. 결국 논의의 진전이 없자 공익위원이 중재안으로 9160원을 제시하면서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됐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심의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물가는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의 협상 카드이기도 하다.

노동계는 소비자물가를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가 4.8%로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국내 물가가 4.2% 오를 것이란 전망을 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저임금근로자의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경영계는 생산자물가를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3월(116.70)보다 1.1% 높은 118.02(2015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9.2%에 이른다. 가뜩이나 원·부자재 가격 급등으로 흔들리는 영세 중소기업에게 최저임금이 올라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될 수 있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지난 17일 회의에서 “올해 최임위 심의 과제 역시 나름 상당한 어려움 예상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3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함께 어려운 위기를 극복해왔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올해도 위원들의 지혜와 슬기 모아서 원활한 합의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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