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에 죽어가던 엄마에서 태어난 아기, 4일 만에 숨져

이스라엘 공습에 치명상, 응급 제왕절개 후 사망
신생아 담당의 “면역 체계 등 매우 약해 사망”
엄마·아기 등 일가족 전부 숨져…삼촌이 매장
NYT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 의료체계 훼손”
  • 등록 2024-04-27 오후 4:02:52

    수정 2024-04-27 오후 4:02:52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중상을 입은 팔레스타인 여성의 뱃속에서 응급 수술로 태어난 미숙아가 4일 만에 숨졌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에서 공습으로 치명상을 입은 엄마의 배 속에 있던 한 아기가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극적으로 생명을 건진 모습. (사진=로이터 TV 영상 갈무리)
26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은 이스라엘 공습으로 치명상을 입은 팔레스타인 여성에게서 태어난 신생아가 전날 숨졌다고 아기의 삼촌 라미 알셰이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기가 입원했던 에미리트 병원 응급 신생아실 소속 무함마드 살라마 박사는 “아기는 호흡기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났고 면역 체계도 매우 약해 사망에 이르렀다”며 “내게는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이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그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병원이 파괴되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어린이를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며 “병원들 일부가 파괴돼 의사들의 역량이 굉장히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아기의 엄마인 사브린 알사카니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피란민으로 지난 21일 자정께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머리와 복무에 중상을 입었다. 그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서 라파의 쿠웨이트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아기를 출산한 직후 숨졌다.

아기는 1.4㎏의 미숙아로 태어났으며 엄마의 이름을 따라 ‘사브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후 라파의 에미리트 병원으로 이송돼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아기의 삼촌인 알셰이크는 가족들이 전부 숨진 것에 비통해하며 사브린을 함께 묘지에 묻은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치명상을 입은 어머니에게서 극적으로 태어났다 숨진 아기의 삼촌인 라미 알셰이크가 가자 남부 라파에 위치한 가족들의 무덤 옆에 쪼그려 앉아 있다. (사진=로이터 통신)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자정께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습으로 주택 2채가 타격을 받았으며 알사카니의 남편과 4살 딸 등 일가족 등 총 19명이 숨졌다.

지난해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숨진 팔레스타인인의 수는 3만 4000명 이상으로 이들 중 3분의 2가 여성과 어린이라고 보건부는 설명했다.

NYT는 26일 보도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지상전으로 가자지구 의료 시스템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이스라엘군이 병원 전체를 파괴하고 구급차를 공격했으며 의료 종사자 수백명을 죽이거나 구금했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에 거주하던 230만명 중 절반가량이 라파에 피란민으로 몰린 상황이지만 이스라엘은 이 지역을 하마스의 마지막 보루로 지목하고 지상 작전을 준비하여 공습을 감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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