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에서]文대통령은 '저도'에서 왜 朴대통령을 언급했을까

  • 등록 2019-08-04 오후 1:00:00

    수정 2019-08-04 오후 1:00:0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경남 거제시 저도 전망대에서 거가대교를 바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지난 7월30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 거제시 저도를 방문했다. 2017년 대선공약이었던 ‘저도 개방 및 반환’을 자축하는 의미가 컸다. 문 대통령은 “저도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는 2017년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모습을 ‘저도의 추억’, 이렇게 해서 방영한 것을 아마 보셨을 겁니다.” 대통령 권한 완화 차원의 공약이었던 ‘저도 개방’ 행사에서 대통령 권한 남용으로 직에서 물러난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꼭 6년전인 2013년 7월 30일이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저도의 추억’이란 글자를 박 전 대통령이 저도 모래사장 위에 나뭇가지로 또박또박 적었던 날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저도에서의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35여년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 켠에 남아 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고 남겼다.

(사진=박근혜 전 대통령 페이스북)
이 ‘저도의 추억’을 연출했던 사람이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 씨다. 박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올린 다섯 장의 사진 외에 최씨의 태블릿 PC에서 추가로 여덟 장의 미공개 사진이 더 발견됐다. ‘저도의 추억’은 박 전 대통령을 배우로, ‘감독’ 최씨가 연출한 작품이었던 셈이다.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이란 글귀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지지층 사이에 퍼트렸다.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을 언급했지만 저도에서의 박 전 대통령 글은 아버지를 향했다. 저도 대통령 전용 별장인 ‘청해대(바다의 청와대)’를 지은 사람이 바로 박 전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다. 청해대는 이후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했지만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 별장으로 재지정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저도 개방은 사실 발표 당시에는 주목도가 높지 않았다. 대통령 권한 완화 측면에서는 청와대의 활용이 더욱 비중있는 사안이었다. 일부 대선 후보들 중에는 세종시로 청와대를 옮기겠다는 급진적인 제안도 나왔다. 문 대통령의 ‘광화문 집무실’ 공약이 헤드라인이었고 저도 개방은 기사 제일 마지막에 한 줄 가량이 걸쳤다.

지난 1월 문 대통령은 광화문 집무실 이전 약속을 결국 파기했다. 그러나 ‘바다의 청와대’ 청해대는 실현 가능한 공약의 대상이었다. 이 곳에는 제왕적 대통령이었던 박정희 대통령과 국정농단 세력 최순실씨의 자취가 짙게 남았다. 청해대를 다시 대통령 것으로 만들었던 이명박 대통령도 연관성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6년 저도를 방문해 산책하고 있다.(사진=국가기록원)
문 대통령이 최근 박 전 대통령을 언급했던 것은 지난 5월 KBS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대통령에게 묻는다’ 방송에서다.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에 대해 “아직 재판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사면을 말하기 어렵다”며 “재판 확정 이전에 사면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8·15 특별사면을 열흘 앞둔 현재까지도 유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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