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미국 플로리다를 방문해 허리케인 ‘이안(Ian)’의 피해 상황을 보도하던 호주의 한 카메라맨이 생방송 도중 돌연 카메라를 내려놓고 이재민을 도우러 뛰어갔다.
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호주 ‘7뉴스’ 소속 카메라맨 그랜 앨리스는 허리케인 ‘이안’의 피해 상황을 보도하는 특파원 팀 리스터와 함께 생방송을 진행했다.
당시 중계 현장엔 이재민들이 아이를 안거나 짐을 든 채 물이 범람한 도시를 위험하게 건너고 있었다.
|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호주 ‘7뉴스’ 소속 카메라맨 그랜 앨리스가 미국 플로리다에서 허리케인 이안의 피해 상황을 생방송으로 보도하다 이재민을 돕기 위해 뛰어가고 있다.(사진=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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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앨리스는 기자에게 양해를 구했고, 이내 카메라를 땅에 내려놓고는 물이 가득 찬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때 리스터는 “우리는 이곳에서 물을 건너는 몇몇 사람들을 돕고 있다. 카메라맨이 대피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재민들의 집은 물에 잠겼고, 그들은 집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앨리스는 이재민의 짐을 나르거나 물길에서 헤매고 있는 이들을 부축하며 도왔다. 이후 그가 자리로 돌아오자 리스터는 “굿 잡(Good Job)”이라고 칭찬했다.
해당 장면은 고스란히 생중계됐고, 시청자들은 앨리스를 ‘영웅’이라고 부르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영상이 빠르게 확산되며 “지난 40년 동안 카메라맨이 생방송 중 자리를 이탈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 (영상=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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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초고강도인 4등급 허리케인 ‘이안’이 플로리다에 상륙하면서 전날까지 최소 100명의 사망자를 냈다.
플로리다 지역 전체에 12시간~24시간 동안 약 30㎝의 비가 쏟아진 것으로 관측됐으며, 전역에서 가로수·표지판·신호등 등이 뿌리째 뽑히거나 쓰러지는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안으로 인한 피해액은 680억달러(약 97조 9800억원)에서 1000억달러(약 144조 1000억원)로 추산된다.
‘이안’은 미국 사상 5번째로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