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 타계 獨 헬무트 콜 총리는 누구?

최장수 총리로서 독일 통일·유럽 통합 주도
직접 발탁한 메르켈 현 총리 비난으로 실각
각국 정상 애도 잇따라…EU는 조기 내걸어
  • 등록 2017-06-17 오후 3:29:39

    수정 2017-06-17 오후 3:29:39

87세로 타계한 ‘독일 통일의 아버지’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지난해 그의 부인 마이케 콜 리히터와 함께 자택 앞을 나서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16일(현지시간) 87세의 나이로 타계한 헬무트 (요제프 미하엘) 콜 전 총리는 중도 우파인 기독민주당 당수로서 16년(1982~1998)을 재임한 독일 최장수 총리이자 1990년 베를린 장벽을 허문 ‘독일 통일의 아버지’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유럽연합(EU)의 초석을 다지며 현 유럽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기도 하다. 키 190㎝, 몸무게 117㎏의 거구이던 그는 ‘비르네’(birne, 서양식 배)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2차대전 ‘독일 소년단’이 유럽 통합 꿈꾸다

콜 전 총리는 1930년 4월3일 독일 서부 라인란트팔츠 주(州)의 항구도시 루트비히스하펜의 한 보수적인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일어난 2차대전 때 그의 경험이 그의 정치적 배경을 형성했다. 화학 공장지대이던 이곳은 2차대전 당시 대규모 폭격이 끊이지 않았다. 콜도 12세의 어린 나이에 파편 속에서 타버린 이웃들의 시체를 정리해야 했다. 그는 당시 독일의 모든 소년이 그렇듯 히틀러의 독일 소년단 가입을 강요받았고 1945년 징병되기도 했으나 전투엔 참전하지 않았다. 그는 후일 “조금 늦게 태어난 덕분에 나치즘에 타락하지는 걸 피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실제 그의 형은 전투에 참여해 목숨을 잃었다.

그는 2차대전 직후인 1946년 기독민주연합(CDU·현 기독민주당)에 입당했고 18세이던 1948년 정당 일원이 됐다. 29세이던 1959년 라인란트팔츠 주 의회 최연소 의원이 됐고 1969년엔 역대 최연소 주 총리가 됐다. 그는 이후 1980년 CDU의 대표가 됐고 1982년 자유민주당과의 연합 정부 총리가 된다. 집권 후 1984년엔 독-프 간 전쟁 주 무대인 베르됭에서 미테랑 대통령과 만나 프랑스와 화해했고 1987년엔 동독 지도자 에리히 호네커를 맞아 독일 통일의 초석을 닦았다. 그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통일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 그는 1990년 통일 독일의 첫 수상으로 다시 당선(4선)되며 독일 역대 최장기 총리가 됐다.

콜 총리의 은퇴 이후 삶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1998년 정치자금 스캔들로 총리직을 내려놓고 2002년 정계를 완전 은퇴했다. 이 과정에서 2001년 7월 부인 하넬로레가 피부광선염으로 고생하던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콜은 하넬로네 사이에서 페터와 발터 두 아들을 낳았다. 그 역시 2008년 머리를 다쳐 부분 마비를 겪었고 이후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 그는 같은 해 43세의 마이케 리히터와 재혼하기도 했으나 건강은 악화했다. 그러나 말년을 앞둔 2011년엔 유럽 통합을 위한 정치적 목소리도 냈다. 메르켈 총리가 유럽의 부채 위기에도 긴축 정책을 펼치는 데 대해 “내가 구축한 유럽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우크라이나 내정에 개입한 러시아도 비난했다.
헬무트 콜(오른쪽) 전 독일 총리가 1990년 마거릿 대처 영국 수상을 만나 웃으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AFP
헬무트 콜(왼쪽 2번째) 전 독일 총리가 재임 초기이던 1983년 로널드 레이건(왼쪽 3번째)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AFP


각국 정상 애도 잇따라…메르켈 “큰 슬픔”

콜 전 총리가 그의 고향인 루트비히스하펜의 자택에서 사망하자 각국의 애도가 잇따랐다. 메르켈 현 독일 총리는 “그의 죽음은 내게 큰 슬픔”이라며 “콜은 최근 수십년 내 독일 정치 최대 성과인 독일 통일과 유럽의 결합이란 두 가지 큰 업적을 이뤄냈다”고 고 애도했다. 메르켈은 1991년 콜 전 총리 정부에서 장관으로 발탁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콜은 그러나 공교롭게 메르켈에 의해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콜 총리는 1998년 퇴임 전 비밀 은행 계좌로 수백만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스캔들에 휘말렸고 같은 당에 있던 메르켈 총리는 그의 사임을 주장하며 강력히 비난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위원회(EC) 위원장은 “내 멘토이자 친구, 유럽의 정수인 그의 죽음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말했다. EC는 이날 EU 깃발을 조기 게양했다.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1989~1993)은 콜 총리를 “자유의 진정한 친구이자 전후 유럽 최고의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콜을 보는 주변국의 시선은 조금씩 다르다. 영국에서 그는 EU 정세를 둘러싸고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대립한 경쟁자로 기억된다. 프랑스에선 1984년 70주년을 맞은 베르됭 전투(1차대전 당시 치열했던 독-프 전쟁) 기념행사에서 미테랑 전 대통령과 손을 잡고 화해의 길을 연 인물로 묘사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올 4월 베를린 인근 학교에서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초상화 앞에 서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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